‘마더’ 속 엄마는 미친 모성애를 상징?

엄마 통해 여성 정체성 찾기 또는 역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화제를 모으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 등장하는 엄마(김혜자)는

내리사랑, 모성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보통 엄마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엄마

모습은 엄마가 아들을 이성으로 사랑하는 역(逆)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또는 잃어버린

여성의 정체성을 엄마 역할로 찾고자하는 심리로 분석한다.

영화는 정신연령이 낮은 아들 도준(원빈)이 살인 혐의를 받자 혐의를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과도한 모성애를 그린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영화평론가인 대구사이버대 심리학과의 심영섭 교수는 영화 속 엄마를 “아들만

바라보는 미친 엄마, 맹목적인 모성에 목을 매는 엄마, 다 큰 아들과 잠자리를 함께

하는 근친상간적 엄마”로 봤다.

영화 속에서 이런 엄마와 아들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아들이

큰길가에서 벽을 보고 오줌을 누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엄마의 억눌린 성욕이

아들을 말리거나 가려주지 않고 살며시 다가가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으로 표현됐다.

이 장면 외에도 엄마는 훔쳐보는 관음적인 행위를 자주 보여준다. 바보 아들이 “나는

엄마하고 잔다”라고 말하는 유머러스한 대사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심 교수는 “아들의 오줌줄기를 바라보며 그의 입에 보약을 떠먹이는 엄마에게서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과도한 사랑의 감정을 갖는 역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빈둥지 증후군 겪는 여성의 우울함

엄마의 광기에 가까운 모성애는 역설적으로 엄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정체성

찾기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영화 속 엄마에게는 사랑을 주고 받아야할 남편이

없고 대신 정신연령이 낮아 보살핌이 필요한 아들만 있다.

중년 여성은 남편과 자녀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상실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빈 둥지 증후군’이다. 빈 둥지 증후군은 이제 더 이상 주부의

역할을 안 해도 되는 여자에게 인생의 의미와 정체성을 묻는다. 폐경이 시작되고

호르몬에 변화가 오는 갱년기 증세가 겹치면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중년 여성은 자녀가 성장해 품을 떠나면

심리적 상실감에서 촉발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며 “영화 속 엄마가 아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극성스럽게 모성애를 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모성애로 정체성을 찾으려는 엄마 캐릭터는 이 영화 이외에도 영화 ‘말아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들에

나오는 엄마들의 공통점은 남편이 없고 아들이 병약하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엄마와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또한 자녀 양육에서는 엄마에게 부족할 수 있는 절제력,

침착함으로 균형을 맞춰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최준호 교수는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아들의 수영 코치가 엄마에게 ‘아들을

위한 게 아니라 실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하는데, 그 대사에는 엄마의

정신적 상태가 압축적으로 표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남편과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아들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엄마도 인간으로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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