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는 전염성…놔두면 번진다
사마귀 난 손 빨다가 입 안에 생기기도
직장인
A씨(27)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 온 뒤 발바닥에 하얗고 단단한 작은
혹이 하나 생겼다. 처음엔 많이 걸어서 생긴 티눈인 줄 알고 그냥 놔뒀는데 점점
늘어나 지금은 5개나 됐다. 그는 최근 샌들을 신으려 발톱깎이로 가장 큰 혹을 파내다가
피를 보고서야 피부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A씨의 혹은 티눈이 아니라 사마귀였다. 의사는 그에게 “일찍 치료했으면
옆으로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고, A씨는 “사마귀가 전염병이냐?”고 되물었다.
피부과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마귀 이야기다.
특히 발에 난 사마귀를 티눈으로 잘못 알고 방치하는 환자가 많지만 사마귀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감염돼 생기는 전염성 피부 질환이다. 사마귀와 달리 중심부에
핵이 있는 티눈은 무언가에 계속 자극을 받고 마찰돼 눌리는 부위에 각질층이 두껍게
생겨 자라는 것이다. 꼭 끼는 구두를 신는 여성은 발에,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손바닥에 티눈이 잘 생긴다.
사마귀 입으로 빨다 입 속에도 생겨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겉보기에는 사마귀와 티눈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위를 눌러 아프면 티눈, 양쪽을 짜듯이 눌러 아프면 사마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마귀는 접촉으로 옮는다”며 “어린이들은 사마귀가 생긴 손을
빨다가 입 속에까지 사마귀가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마귀는 피부나 점막이 HPV에 감염되면서 표피가 과다하게 증식해 각질이 두꺼워지고
1cm 미만의 크기로 오돌도돌 솟아오르는 증상이다. 사마귀는 지난 5월 대한일차진료학회가
발표한 ‘한국의 100대 피부질환 통계’에서 30위(30만6813건)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고주연 교수는 “예전에는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 잘
생겼지만 요즘은 바이러스가 변이해서 그런지 어른들에게도 잘 생기고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사마귀는 HPV의 종류와 생기는 장소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손과 발에 쌀알에서
콩알만 하게 생기는 심상성 사마귀, 손톱이나 발톱 주위에 생겨 손발톱의 변형까지
일으키는 조갑주위 사마귀, 손바닥에 생기는 수장 사마귀, 발바닥에 생겨 티눈으로
착각하기 쉬운 족저 사마귀, 모양이 납작하고 갈색인 편평사마귀, 닭벼슬 모양으로
생식기 부위에 생겨 성생활에 불편을 주는 콘딜로마 등이 있다.
없어지지 않는 속설-민간치료
사마귀 질환은 그 이름이 문제다. 같은 이름의 곤충 사마귀 또는 잠자리를 잡아
사마귀를 먹게 하면 없어진다는 속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실이나 머리카락으로
사마귀를 감아 떼어내는 민간 치료법도 있다. 손톱깎이로 떼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모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상처 부위에 세균이 들어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함부로 시도하면 안 된다.
한림대 성심병원 피부과 김광중 교수는 “사마귀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몸의 다른 부위나 다른 사람에게 번지기도
한다”며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하다가 2차 감염이 발생하면 치료가 더 힘들어지므로
일찍 치료해 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사마귀 치료는 사마귀의 위치, 크기, 숫자, 2차 감염 유무, 환자의 나이, 성별
및 면역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치료 방법에는 전기소작법, 레이저 소작술, 냉동요법,
산이나 포도필린 도포 등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마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방법은 외출 뒤 항상 손, 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는 것이다.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따뜻하고 습한 곳을 맨발로 다니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 중 사마귀 환자가 있다면 무좀 환자가 있을 때처럼 타월, 양말,
수건 등을 치료가 끝날 때까지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