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백신 곧 생산…유정란 확보 비상
균주 도착했지만 ‘백신용 유정란’ 국내 공급규모 달려
신종플루의 표준 바이러스가 국내에 도착해 제약사가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녹십자는 8일 영국 국립생물의약품 표준화연구소(NIBSC)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공급받은 신종플루 백신 제조용 종바이러스주가 도착해 9일 화순공장에 입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최대 5000만 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녹십자 측은 “백신 시제품 생산에는 15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7월부터는
백신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시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는 기간은 보통 1년이 걸리지만 대유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식약청 생물제제과 김준규 연구관은 “인플루엔자 대유행 상황에서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성 검증이 미흡해지는 것이 아니다”며 “신종플루 백신
제조는 전 세계가 공조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표준균주부터 제조방법, 관리까지 세계보건기구(WHO)를
중심으로 표준화된 방식에 따르며 국내 업체도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관은 “신종플루 백신 대량생산 업체가 녹십자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시제품이 나오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고 만약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정이 나면 해외 다른 제약사로부터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백신 어떻게 만들어지나
신종플루 대유행을 예방하려면 세계적으로 동일한 백신을 접종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WHO가 종바이러스주를 각국에 보급한다. 종바이러스주를 얻기 위해서는 신종플루
환자의 코 속 체액에서 바이러스(야생균주)를 분리한다. 그 뒤 야생균주를 한 곳으로
모아 종류를 분석한 뒤 후보 바이러스주를 정한다. 종바이러스주는 다시 제조용 바이러스주가
되고 배양, 수확, 정제 과정을 거쳐 백신(시제품)이 만들어진다.
종바이러스주가 백신이 되려면 유정란이 필요하다. 유정란은 청정지역에서 외부로부터
차단된 양계장에서 항생제와 백신에 노출되지 않는 암탉을 통해 생산된다. 이 유정란이
부화장에서 10일간 부화되면 윗부분에 바이러스를 접종하고 부화시킨다.
3일이 지나면 유정란 윗부분을 절개해 배양된 바이러스를 채독하고 초고속 원심분리로
바이러스 입자를 분리한다. 이 바이러스에는 아직 독성이 살아 있으므로 화학처리로
바이러스를 죽이되 면역 효과는 남게 만드는 불활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를 농축해 1회 주사당 15마이크로그램 비율로 희석하면 백신
최종 원액이 생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 시제품은 식약청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으면 대량생산된다.
국내 유정란 공급 능력 500만개 불과
녹십자가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데는 아직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유정란 확보가 관건이다. 백신 1인분 당 유정란 1개가 필요한데 녹십자에 백신 원료
유정란을 공급하는 양계장은 한 곳밖에 없다. 이 양계장이 연간 공급할 수 있는 유정란
역시 500만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백신 수요량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신종플루의 대유행을
대비해 계절성 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신종플루 백신을 만들다가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으면 계절성 인플루엔자 피해를 보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문기구인 ‘공중보건 위기대비 대응 자문위원회’의 방지환
교수(국립의료원 감염센터)는 “백신에 쓰이는 유정란은 특정 닭 종자에서 나온 것
중에서도 혈관이 잘 형성된 상태여야 한다”며 “표준 바이러스가 국내에 온 상태고
백신 개발 시설 규모도 크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한국의 기술력으로도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우선은 유정란 확보 방침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