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밤 교도소, 간호사 응급진료 불법?

입법예고에 의협 “진료권 위협”…간호협 “현실적 필요”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간호사가 의사 대신 일부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입법예고 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4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지난 5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응급상황

시 교정시설 간호사에게 경미한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했다.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의사의 전문성과 환자의 진료권을 위협한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그동안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던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인정하는 계기라며 입법 예고를 반기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농어촌 의료 취약지역 안에 설치된 보건

진료원에서는 이미 간호사의 진료 행위가 인정되고 있고 이번 입법예고 내용도 연장선상이며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의사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에게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게 아니라 의료인으로서 특수한 상황에서 이를 대신하는 것이고

간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 입법 예고에 동의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간호사협 “의료 취약지대에 한정되는데…”

법무부가 지난달 20일 입법 예고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36조 2항에는 “교정시설 간호사는 교정 시설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통령령이 정한 경미한 의료 행위란

상처를 입거나 아픈 상태를 판별하기 위한 진찰‧검사 행위, 환자의 이송, 외상 등

흔히 볼 수 있는 환자의 치료 및 응급처치, 만성병 환자의 요양지도 및 관리, 정상

분만 시의 도움 및 가족계획을 위한 피임기구 삽입, 예방접종, 검사나 접종을 위한

의약품 투여 등이다.

법무부 교정기획팀 관계자는 “의사를 많이 채용한다면 좋겠지만 교정 시설에

근무하고자 하는 의사를 새로 충원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내놓은 방안”이라며 “의무관이

근무하지 않는 밤이나 휴일에 간호사의 응급 의료 행위가 허용되도록 함으로써 의료

공백 현상을 막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이미 농촌 보건소 등 농어촌 지역에서 일부 인정됐다. 농어촌

같은 의료 취약 지역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

현재 교정 시설에는 낮에는 의사와 공중보건의, 간호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밤에는 당직 근무자 외에는 의료진이 없는 형편이다. 또 간단한 진료를 위해 재소자

1명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면 계호 인원 두 명이 투입돼야 하는 등 재소 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경제적 손실도 발생한다.

성동구치소 보건의료과 관계자는 “야간 당직 의사가 없을 때 감기, 두통 등의

증세가 있는 재소자에게 간호사가 약 처방을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우리는

간호사의 경미한 의료 행위를 인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현재 교정

시설 한 곳에 의사 1명 정도가 근무하는데 의사를 3~4명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고

대신 간호사를 충원하고 일부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환영했다.

의협 “의사 더 채용하면 되지 않나”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법 개정은 재소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처사이자 행정편의주이적인

방식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법무부에서 충분한 조건을 제시해 의사 충원을 하려고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고 가끔 시행되는 의사 모집도 경쟁률이 꽤 높은 것으로 안다”며

“의료 인력을 확보할 생각은 안하고 간호사에게 의료 행위를 맡기는 것은 재소자의

건강권을 무시하는 행정 편의주의 방식이다”고 비판했다.

좌 대변인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의료행위 역시 범위가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혼란을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9일까지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면 된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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