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잘 느낄수록 정치적으로 보수

더러운 것에 혐오 잘 느낄수록 보수 성향 높아

혐오 잘 느낄수록 정치적으로 보수끈적거리는 액체나 피, 벌레를 보면 기겁을 하십니까? 이런 대상들에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혐오를 느끼는 사람일수록 정치적으로 보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피사로 교수는 하버드대학, 예일대학 정치학과 교수들과 함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미국 주들의 성인 주민 181명과 코넬대 학생 91명을 상대로 이들의 정치적 성향과 혐오스런 물질에 대한 반응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혐오스런 물질에 대한 반응이 강할수록 정치적으로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뜨거운 두 논쟁은 동성 결혼과 낙태인데, 혐오 민감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이 두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또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의 하나로 세율을 낮춰야 하느냐, 아니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세율을 높여야 하느냐는 논쟁도 있는데, 혐오감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감세 옹호 비율이 더 높았다.

피사로 교수는 이러한 연관성에 대해 “진보주의자들은 혐오스런 대상이 있어도 자신에게 실제로 피해를 주는지 안 주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 비해, 보수주의자일수록 혐오스런 대상을 도덕적으로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예컨대 동성 결혼에 대해 진보주의자는 혐오스런 측면이 있더라도 “피해를 주지 않는데 뭐”라고 생각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혐오스러우니까 부도덕적”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처럼 혐오스러운 것에 대해 부도덕하다는 판정을 내리는 인식의 오류는 특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소수민족의 특징을 백인들이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면서 “더러운 것들은 죽여도 돼”라는 판단으로 이어져 수 없는 박해와 차별의 원인이 됐다.

그는 “혐오감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발달한 감정이지 도덕적 판단을 내리라고 발달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며 “도덕적 판단에 혐오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안다면 이 둘을 혼동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감정(Emotion)’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트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4일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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