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성 냄새’ 달라야 찰떡궁합?
두 사람 면역성 합쳐 더 튼튼한 자녀 만들기 때문
브라질의
연인 또는 부부를 조사했더니 병균에 대한 면역성이 완전히 다른 남녀끼리 서로 끌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로 면역성이 다른 남녀가 만나야 여러 병원균에
강한 자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브라질 파라나대학 마리아 비카료 교수 팀은 무작위로 뽑은 미혼 커플 152쌍과
부부 90쌍의 유전자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부부일수록 면역 특성을 나타내는
주조직 적합성 항원(MHC)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미혼 커플은 MHC가 정반대인
비율이 부부보다 낮았다.
비카료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자식을 낳을 배우자를 고를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정반대 면역 유전자를 가진 이성에 끌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주조직 적합성 항원이 다른 암컷과 수컷이 짝을 맺는 현상은 동물 세계에선 널리
확인돼 있다. 이런 현상을 근거로 일부 진화론자들은 “많은 동물이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어 있는 것은 이처럼 자손을 낳을 때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를 섞음으로써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테리아처럼 자기 몸을 똑 같이 복제해 후손을 생산하는 무성생식(암수 구분
없이 하는 생식)은 간단하고 에너지 낭비도 없다. 반면 암수로 나뉜 동물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끼리 때로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짝짓기 경쟁을 벌인다. 왜 이렇게
거추장스런 암수 짝짓기를 해야 하는지는 많은 진화론자들에게 수수께끼였지만 여러
연구 결과 “병원균에 대항하기 위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면역성이 서로 다른 이성에 끌리는 현상은 1995년 스위스의 동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가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해본 ‘티셔츠 실험’으로 유명해졌다.
베데킨트는 여자 49명, 남자 44명을 모아 남자에게 새 티셔츠를 이틀 밤 동안
입은 뒤 반납하도록 했다. 이 티셔츠들은 비닐 봉투에 넣어졌고 여자 실험자들은
작은 바람구멍을 통해 티셔츠의 냄새를 맡고 가장 강한 냄새, 가장 기분좋은 냄새,
가장 섹시한 냄새를 골랐다.
그 결과 놀랍게도 여자 참여자들은 자신의 면역 특성과 정반대로 다른 면역 특성을
가진 남자가 입었던 티셔츠의 냄새가 가장 좋다거나 섹시하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이나 곤충은 페로몬이라는 냄새를 뿜어내 짝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게
이런 페로몬이 있는지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지만 티셔츠 실험 등은 사람도 냄새로
이성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비카료 교수의 연구 결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유럽 인간유전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Genetics) 학술대회에서 6월1일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 폭스TV
온라인판 등이 2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