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자살 행동수칙 알았다면….
미 응급의학협회의 예방 권고안
자살의 유혹은 전직 대통령도 굴복시켰다.
한 노사모 회원은 “어차피 우리가 역사의 승자로 남을 건데…”하며 안타까워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참모 중에 우울증과 자살 등에 대해 관심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노 전대통령과 같이 자살의 유혹과 싸우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신호를 보내며 주위에서 이때를 놓치지 말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 전대통령을 추종하는 사람 중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모방자살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족들의 관심이 절대적이라는 것.
한양대 구리병원 최준호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 전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한동안 서재에서 두문불출 했다는 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는 점, 당일
새벽에 잠을 자지 않아 수면박탈상태에 있었던 점 등이 자살을 우려할 수 있는 징후다”며
“유서에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하나 세워 달라’고 언급한 점 역시 자살 시도
전까지 오랫동안 갈등한 뒤, 결심을 굳히고 가까운 주변인이 자신을 기억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2월에 펴낸 ‘한국의 자살 실태와 대책’에 따르면
자살자의 57.4%가 집이나 그 주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이 자신의 활동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목숨을 끊으려 하면서도 가까운 누군가가 개입해주기를 원하는 심리적
표현일 수 있다.
따라서 주변에 자살할 우려가 위험이 있는 사람은 말이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자살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특히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자살을 할 위험이 높으므로
주위 사람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욱하는 성격인 사람이나 음주,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도 충동적으로 자살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자살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외로 쉬운 방법으로 저지할 수 있다. 자살
시도자는 본인의 자살 이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들어보면 예상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힘든 점을 털어놓음으로서 상황을
객관화하고 표면화하게 되는 것.
최준호 교수는 “누군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하면 반대로 ‘살고 싶다. 내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말일 수 있다”며 “전문의와의 상담은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치료의 과정이 된다”고 말했다.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 중 자살의 위험이 있을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사이버상담실(www.counselling.or.kr)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핫라인(www.suicide.or.kr 1577-0199),
생명의 전화(www.lifeline.or.kr 1588-9191) 등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살 예방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국의 병원은 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www.counselling.or.kr/site/site01.html)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다음은 ‘미국 응급의학협회(American College of Emergency Physicians)’의
린다 로렌스 박사팀이 제시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11가지 징후’와 ‘타인의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할 6가지 수칙’이다.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11가지 징후
①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슬퍼질 때
② 삶의 의욕이 사라져 무엇을 해도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③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④ 자살에 쓰이는 약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 할 때
⑤ 어떤 날은 기분이 매우 좋고 어떤 날은 심하게 우울해지는 등 감정의 기복이
클 때
⑥ 사소한 복수에 연연하는 등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
⑦ 식습관, 수면습관, 표정, 행동 등이 이전과는 달라졌을 때
⑧ 운전을 험악하게 하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하는 등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할 때
⑨ 갑자기 침착해질 때 (자살을 결정하면 차분해진다)
⑩ 학교생활, 인간관계, 직장생활, 이혼, 재정적 문제 등 삶의 위기를 느낄 때
⑪ 자살과 관련된 책에 흥미를 느낄 때
타인의 자살충동이 느껴질 때 지켜야할 6가지 수칙
① 혼자 두지 마라. 주변에 총, 칼, 약처럼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건들이 방치돼
있을 땐 더욱 위험하다.
②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마라. 911(한국은 국번 없이
119)이나, 지역응급센터, 의사, 경찰,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다.
③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엔 차분하게 대화를 하라.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④ 자살방법 등의 자살계획을 면밀하게 세워뒀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둬라.
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상기시켜라.
⑥ 자살을 시도했을 땐, 즉시 앰뷸런스를 부르고 응급처치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