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제약사 위한 리펀딩 제도 놓고 설전

시민-약사 단체 반발…희귀병 환자만 발동동

국내 보험 약값 책정을 둘러싸고 정부가 다국적 제약사들의 체면을 세워 줄 수

있는 ‘리펀딩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시민단체와 약사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가족부는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국내에 대체약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희귀병 의약품 110여 품목에 대해 일단 다국적 제약사가

요구하는 약값에 맞춰 주되, 실제 희귀병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국내 실정에 맞도록

정부가 조정하고, 그 차액을 다국적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나중에 입금하는 이른바

‘리펀딩(refunding)’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 체면 세워준 뒤 차액 받아내겠다

이 방식은 예컨대 다국적 제약사가 국제적으로 한 알 1만 원에 공급하는 약이라면

한국에도 1만 원에 파는 것으로 하되, 실제 한국에서 환자에 공급되는 가격은 정부가

내정하는 5000원 선이 맞는 것으로 사실상 합의해 다국적 제약사가 나중에 차액에

해당하는 5000 원을 건강보험공단에 납입해 비싼 약값에 따른 보험공단의 손실을

보충해 준다는 방식이다.

복지부 이태근 보험약제과장은 “리펀딩 제도는 세계적으로 필수 의약품이 없는

나라들이 사용하는 제도”라며 “이 제도를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약값 협상에 활용한다면

희귀병 약이나 대체약이 없는 필수의약품에 대해 보험재정을 중립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원활한 공급 유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등은 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리베이트를 양성화시키는 것이 필수 약제의 공급 방안이 될

수 없다”며 “리베이트는 그 속성상 음성적일 수밖에 없어 국민들이 실제 약값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명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경실련은 또한 “약값 리베이트를 공식화하는 것은 한국에서 전례가 없는 제도”라며

“복지부는 이처럼 중요한 제도를 사회적 논의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건정심을

통해 얼렁뚱땅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복지부를 비난했다.

국내에 대체 약이 없는 희귀병 약 등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낮은 약값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약품

공급이 늦어지면서 국내의 희귀 난치병 환자 약 50여만 명은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등 애를 태우고 있다.

    이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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