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오프' 수술, 면역 조절이 관건

얼굴 전면교체 수술에 면역반응 가장 심해

'페이스오프' 수술, 면역 조절이 관건

남의 얼굴을 통째로 떼어 환자에게 이식해 주는 얼굴 전면교체 수술이 미국에서

성공해 화제다. 미국 영화 ‘페이스 오프(Face/Off)’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오기

때문에 흔히 ‘페이스 오프’ 수술로도 불리는 안면 전면교체 수술은 한국 의술로도

충분히 성사시킬 수 있다고 국내 의료진들은 말한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김석화 교수는 “얼굴은 피부, 근육, 피하지방,

신경, 혈관 등을 포함한 복합조직이기 때문에 다른 조직보다 이식에 대한 면역 반응이

심하다”며 “특히 페이스 오프 수술은 얼굴 전체를 이식하기 때문에 면역 억제제를

강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에 있는 수많은 신경, 혈관을 잇는 수술에는 고도의 수술 기술이 필요하지만

이 보다는 복합조직인 얼굴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됐을 때 얼마나 면역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설명이었다.

고대구로병원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도 “페이스 오프 수술에서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크게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며 “힘든 것은 평생 면역억제제로

면역 반응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슷한 설명을 했다.

안면 이식시술을 받으면 면역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평생 써야 한다.

면역억제제가 과도할 경우 감염이나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면역억제제를 써도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옮겨진 얼굴 조직이

제대로 생착 못해 결국 피부가 썩어 조직이 떨어져나간다.

전면이식 받은 미국 여성 “감정 표현엔 아직 한계”

얼굴로 이어지는 수많은 신경과 혈관을 성공적으로 이어주는 것과, 연결된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여서 이어진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한다.

김우경 교수는 “얼굴 표정을 지으려면 근육이 움직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얼굴로

가는 신경을 일일이 연결해 줘야 한다”며 “신경을 수술로 아무리 잘 연결해도 신경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00%가 안 돼 얼굴 표정이 어색해지는 등의 문제는 계속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김석화 교수는 “페이스 오프 수술 뒤 바뀐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체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그래서 얼굴 전면이식

같은 수술은 얼굴 기형이나 손상이 심각한 사람에 한해, 그 결과를 환자에게 충분히

알려 준 뒤 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술이 실패할 수 있다는 의료윤리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환자가

이런 모든 난관을 견딜 수 있을 만큼 현재의 얼굴 상태에 문제가 크고, 생활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안면 전면이식 수술이 시술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12월 미국 최초로 안면 전면이식 수술을 받은 코니 컬프(46, 여) 씨는 5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형 전후의 얼굴 모습을

공개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BBC 방송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그녀는 2004년 남편이 쏜 총에 얼굴을 맞아 코를 포함한 얼굴 중앙부가

함몰됐으며, 작년 12월 기증자로부터 얼굴 피부와 혈관, 신경, 근육, 뼈를 들어내

이식하는 고난도 수술을 22시간에 걸쳐 받았다.

이에 앞서 컬프는 자신의 늑골을 일부 떼어내 광대뼈를 만들고, 다리 뼈 일부로

턱을, 허벅지 피부로 얼굴 피부를 만드는 등 30차례가 넘는 수술을 이미 받았다.

이런 상태에서 얼굴 기증자가 나타나면서 얼굴 전면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컬프는 “아직 감정 표현이 제한적이지만 다시 말하고 음식을 먹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코와 눈, 뺨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얼굴은 수술 뒤 코가 다시

생기고, 웃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클리블랜드병원 의료진은 “이식받은 피부와 신경, 혈관이 잘 자리 잡고 있다”며

“혈액 순환이 잘되고 신경이 자라나 새 근육을 생성하면 얼굴 크기를 조금 줄이는

수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얼굴 이식수술은 2005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술됐다. 당시 개에 얼굴을 물린 이자벨

디노와라는 프랑스 여성이 첫 얼굴 이식수술을 받았다. 이번 미국에서의 수술은 네

번째로 성공한 얼굴 이식 수술이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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