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대재앙 몰려온다…지구촌 ‘돼지독감’ 긴장
“최악엔 7000만명 사망, 4조 달러 손실”
돼지독감 바이러스 사태가 26일 현재 멕시코에서 83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맹렬한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방역 책임자와 전염병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대 전염병 재앙’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며 “세계적인 유행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각 국은 서둘러 범정부 차원의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다.
또 경제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세계 경제를 초토화할 무기가 될지 모른다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5일 기존의 조류독감(AI)에 대한 비상방역체계와 연계해 ‘돼지독감
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다고 발표하고 전염병의 발생 및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H1N1형’ 바이러스 확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번 사태로 국민에게 불안감을 줘선
안 된다”며 “국가방역체계는 조용하면서도 신속한 조치를 통해 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가 1957년 아시아독감, 68년 홍콩독감, 97년 조류독감 사태에
이어 4대 대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정황에 비추어 가장 우려했던 ‘H1N1형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확실하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H1N1 바이러스는 돼지 몸 안에서 사람에게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와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섞여 가공할 위력과 전염력을 함께 갖춘 바이러스다.
2003년 사스사태 때 취했던 국내 방역시스템 사례를 떠올린 김 교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적외선카메라 등을 동원했던 당시에 비추어 수준이 같거나 혹은 더
높은 방역체계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의 감염학계는 돼지 독감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라며 “매우
빠른 인간 전염성, 항원성의 극명한 차이, 인체 감염 후 치명적인 병독성 등 3가지
특성만이 알려졌을 뿐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돼지독감이 경제계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2008년 세계적 전염병이 유행하면 3조 달러의 비용이 들며 세계 총생산을
5%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당시 심각한 전염병이 지구촌을 덮으면
7000만 명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의 민간연구소 로이 국제정책연구소은
이에 앞서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휩쓸면 4조40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03년 중국과 동남아에서 사스(SARS) 광풍이 휩쓸었을 때 해당 지역의
여행, 무역 등을 교란시켜 400억 달러의 손실을 끼쳤고 8000명이 감염돼 775명이
희생됐다.
WHO와 각국의 대응
WHO는 25일 멕시코와 미국의 돼지독감 확산 사태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우려
사안’으로 선포했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제네바에서 전염병 전문가들로
이뤄진 긴급위원회를 소집한 뒤 이같이 선포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2007년에 설립된
이 위원회가 긴급소집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찬 총장은 “돼지독감이 세계적 유행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각국의 적극적 예방활동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는 돼지독감 발생지역의 여행을 피하고, 최근 돼지독감 발생지역을 방문
한 사람들 가운데 그 지역 체류 시 감기 같은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면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본 정부는 총리실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긴급 설치한 뒤 안전대책을
협의하고 멕시코와 직항 편을 운행하는 나리타, 간사이 공항에서는 검역 당국이 멕시코에서
입국하는 여행자들을 상대로 체온측정 장비를 가지고 발열 여부 등을 체크하고 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 또한 25일 밤 비상 상황을 발표하고 돼지독감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감기 같은 증상이 보이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행정부는
2주일 안에 돼지독감 발생 지역으로부터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감기 증상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 입출국 검사 검역당국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