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헤프고 女조신’ 성관념 틀렸다?
영 女심리학자 “실제 조사해보니 남녀차 별로 없어”
성행위 상대자를 고를 때 남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여자는 신중하게 고른다는
학계의 정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논문이 영국 여성 심리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질리안 브라운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초파리
등 동물 세계를 관찰해 나온 결론, 즉 수컷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성교해 자손의
숫자를 늘리려 하는 반면 암컷은 신중하게 상대를 고른다는 주장이 그 동안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돼 왔다”며 “실제로 세계 18개국 남녀의 성행위를 조사해 보니 이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화생물학에서 설명하는 남녀 성행동의 차이는 ‘정자를 만들기는 너무 쉽고,
난자를 만들기는 힘들며, 더구나 여자는 아기를 배고 낳아 길러야 하기 때문에 남자는
정자를 많이 뿌리는 데만 열중하고, 여자는 그렇지 않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정설’이 정말 맞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브라운 교수는 18개국 남녀 1만
명의 남녀별 실제 성생활, 자녀 숫자(번식의 성공 결과), 일부다처제 현황 등에 대한
조사 자료를 종합 검토했다.
그 결과, 남녀 사이에 결정적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예컨대 일부일처제가 기본인
사회 형태는 전체 사회의 16%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중요한 나라들이며, 이들 나라에서는
남자가 특별히 더 많은 성행위 대상이나 자녀를 소유하지 않는다. 또한 남녀 모두
배우자를 고를 때 신중하다.
전체의 83%를 차지하는 일부다처제 사회에서는 양상이 다를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일부다처제 사회라도 5% 정도의 남자만이 일부다처를 누리고 있었고, 나머지
남자들은 일부일처 사회의 남자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브라운 교수는 “진화론적 짝짓기 이론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섹스란 남녀가 함께 하는 것인데, 남자는 평생
섹스 상대가 평균 7명이고 여자는 4명이라는 조사 자료 등은 우선 산술적으로 맞지
않아 조사 과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니면 응답자들이 제대로 대답을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운 교수의 연구 결과는 ‘생태학과 진화론의 경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 최신호에 소개됐으며,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 미국 온라인 과학 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2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