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뜨거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최고
감기엔 뜨거운 물? 미지근한 물 좋아
날씨가 화창하고 좋다가 오늘처럼 밤새 쌀쌀해지고 비가 오는 날이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사실, 하루 추워졌다고 감기에 더 잘 걸리는 건 아니지만 (감기는 춥다고 걸리는
게 아니다!) 계속 날씨가 꽤 건조했고, 일교차도 심했고, 액면상의 날씨는 나들이에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옷은 하늘하늘, 얇고 가벼워졌고 즐겁게 놀러 다니느라 좀 아파져도
참고 있다가 이렇게 추워지는 날이면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적응을 못하고, 그 동안
누적된 목의 건조함이나 염증을 견디지 못하고 에혀, 날이 추워지더니 감기에 걸렸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감기의 원인이야 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고 일단 목이 아프고 붓고,
따끔거리기 시작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로서 가장 권하고 싶은 건 물을 마시라는 거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말하면
"뭐야~ (쳇쳇)"이라고 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솔직히 "물 많이 마셔야 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약을 처방하는
것처럼 폼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마셔야 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처방을 온전히 따르기란 꽤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감기에 걸렸을 때 물 처방의
용량, 용법"이 있는데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돌아 가는 길에 700ml짜리 생수병을 세 개 사서 하루에 다 드세요.
물을 많이 마셔야지 하고 생각하고 마시려 하는 것만으로는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실 양과 마신 양이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2. 뜨거운 물은 오히려 목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차가운 물이나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해요.
미지근한 물이 가장 무난하지만, 맛이 없으니까… 물을 마실 때 기침만 나오지
않는다면 찬 물을 마셔도 괜찮아요.
3. 같은 양의 물이라도 마시는 요령이 중요해요.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시면 배만 부르니까, 얌체처럼 홀짝홀짝- 천천히 마시도록
하세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천천히, 오래,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겁니다.
4. 기침이 자꾸 나오려 한다면 약간 미지근한 물을 입에 머금어 가며 조금씩 마셔
보세요.
한 잔을 채 다 마시기도 전에 목이 편해 질 거에요.
나도 만성 비염이 있는지라, 이렇게 날씨가 급격히 변하면 ‘후비루’가 늘어나서
목이 답답-하고 힘들다. 나도 모르게 "켁-켁"하면서 불편한 목을 가다듬곤
했는데, 물을 일부러 계속 마시면 바로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한 두 번 물을 마셨다고 증상이 완전히 없어질 만한 계절은 아니지만 이름도 모를
종합감기약을 약국에서 덜렁 사 먹는 것보다는 138.9배는 낫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