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좋아야 돈모인다…불쾌하면 ‘지름신’
우울한 기분 벗어나려 자기도 모르게 돈 써
불황기를 맞아 단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여러 전략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돈 모으는 비결은 감정 조절에 달려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슬프면
돈을 더 쓰고, 만족하면 절약할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다.
미국 하버드대 공공정책과 제니퍼 러너 교수 팀은 기분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에는 소년의 스승이 죽는 내용의
슬픈 영화를 보여 주고, 다른 쪽에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연풍경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여 줬다.
영화를 본 뒤 실험대상자들에게 형광펜 세트를 사도록 시킨 결과,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사람들보다 30% 가량 더 많은 돈을 썼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신시아 크라이더의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녀는 18~30세 33명의 절반에게만 슬픈 영화를 보여주고 물병을 사도록
시켜 봤다. 그랬더니 역시 슬픈 영화를 본 사람이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히 슬픈 영화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씀씀이가 더 커졌다는 점에서, 직장 또는
가정에서 불만족이 있으면 바로 충동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연구 결과들이다.
이 연구 결과들은 학술지 ‘심리 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됐으며, 미국 심리학 전문 잡지 사이콜로지 투데이
온라인판 등이 최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을지병원 정신과 이규영 교수는 “기분이 안 좋거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사들이는 행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욕망을
채우려 든다”며 “기분이 안 좋으면 충동성이나 소유욕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울할 때 돈을 쓰는 행위는 쇼핑을 통해 순식간에 잠시 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조증 환자의 경우 며칠 동안 몇 백만 원을 써버리는
등 감당 못할 소비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 교수는 “기분 좋을 때 물건을 사면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며 “습관적으로
쇼핑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정말 물건이 필요해서 그런지, 아니면 쇼핑이
주는 일시적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