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 ‘강남-서울’ 넣기가 대세?
병원도 브랜드 경쟁시대 “이름 좋아야 잘나가”
의료계의 환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이제 병원 이름 짓기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종전에는
이름보다는 의술을 알리는 데 더 치중했다면 요즘은 의술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산뜻하고 상징성이 좋은 이름을 가지려 여러 병원들이 개명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개명 열풍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자, 고급 이미지를 갖는 ‘강남’을
넣거나, 한국의 중심이란 의미로 ‘서울’을 병원 이름에 넣으려는 흐름이다.
‘강남’을 넣은 대표적인 경우는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름을 바꾼 구 영동세브란스 병원이다. ‘영등포의 동쪽’이란 의미의 영동을 빼고 ‘대한민국 의료 1번지’라는
의미를 살려 강남을 넣었다.
서울 논현동 안세병원도 을지의료 재단이 인수해 5월께 강남을지병원으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병원 이름에 역시 부촌 이미지를 갖는 강동이란 글자를 넣는 방향으로
개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강남 병원”에 “그러면 우리는 서울 병원”
강남의 터줏대감을 내세우던 강남성모병원은 강남을 버리고 더 넓은 서울을 택해 서울성모병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 것은 서울시립서대문병원도 마찬가지로, 최근 서부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 휘경동 소재 서울위생병원은 ‘위생’이란 단어가 주는 낡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삼육의료원 서울병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청심병원은 청심국제병원으로 이름을 ‘국제화’했다.
개원의는 의사가 졸업한 대학 이름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3일 현재 병원 이름에 ‘연세’를 넣은 곳은 전국에
2000여 곳, ‘성모’를 넣은 곳은 780곳, ‘고려’는 313곳에 이른다.
‘서울’을 넣은 병원은 2056개로 가장 많지만,
지역적 의미로 쓰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확하진 않지만 서울대 출신 개원의인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름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병원은 ‘서울대의원’ ‘서울대약국’ 등의
명칭, 또는 서울대 로고를 사용하려면 학교 당국의 허가를 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연세’라는 명칭에는 규제를 하지 않고 ‘세브란스’ 명칭에 대해서만 제재한다.
지역 주민 의견따라 이름 짓기도
병원 이름이 중요해지다 보니 같은 이름을 쓰는 병원 네트워크도 많다. 현재 전국에 400개 이상의 네트워크 병원이 있으며, 가입비와 월회비를 받은 경우도
있다. ‘예치과’ 네트워크의 경우 2006년 지방의 한 소아과가
‘예’라는 상표를 등록하자 소송을 걸어 치과뿐 아니라 일반 병원에서도 ‘예’ 브랜드를 쓸 수 없도록 하는 판결을 얻어냈다. 우리들병원도 최근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이름을 짓기 전에 지역 주민에게 미리 묻는 경우도 늘고 있다. 주민들에 호감을
사는 방법임은 물론 설문조사 과정에서 병원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맑은숲 이비인후과’가 좋은 예다. 이 병원은 주변 회사원들에게
맑은숲, 상쾌한, 맑은숨,
고운, 기분좋은 등 여러 이름 후보를 제시하면서 의견을 물었고, 가장 호응이 좋은 맑은숲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