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살 막으려면 ‘인터넷 상담’ 늘려야
‘시도자’ 여럿 모이면 ‘실행’ 쉬워져
최근 1주일 새 강원도 지역에서 동반자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자살 수법과 이동 방법이 유사해 자살사이트를 통한 공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단 자살은 많은 수의 사람이 동일한 목적 하에 자살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
자살은 종교적 환각 상태 등에서 잘 일어나며, 연인들 사이의 동반 자살도 작은 의미의
집단 자살로 본다.
이들은 왜 집단 자살을 선택하고, 왜 자살사이트는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어수 교수는 “집단 자살의 원인과 과정은 복잡하지만,
혼자 죽는 것에 용기를 내지 못하던 사람이 여러 사람이 함께 죽는다고 하면 죽을
용기가 날 것 같다는 동질의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살에는 무의식의 환타지가 존재하는데, 저마다 갖고 있던 중대한
소망, 소중한 대상, 중요한 일 등을 잃으면 그에 대한 반응으로 우울증이 나타나고,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은 다음 세상에서 이룰 수 있다’는 무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살 판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혼자 가기는 두렵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과 죽음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죽음을
재시작(reset)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여긴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집단 자살에 이르게 하는 4가지 요소
집단자살은 극단적 선택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끼리 ‘협정’을 맺는 것인데,
이 협정은 4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한 가지 이상의 자살동기가 확실히 있으며, 두 번째로 저마다 현실에서
겪던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다가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세 번째로 죽을 장소를 정하고 유언을 남기는 등 일종의 의식화 단계를 거치게
되며, 마지막으로 동일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죽어 다른 사람과 일체화되는
과정이다.
이번 강원도 집단자살에서도 ‘타의가 아니라 자의로 간다’는 내용의 유언 등이
남겨져 있는 등 비슷한 양상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 대한 대책 시급
경희대병원 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집단자살의 심리는 평소 혼자일 때는 빨간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기 주저하다가도 몇 사람이 모이면 남 뒤를 따라 쉽게 무단횡단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단 자살을 막는 방법으로 자살사이트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사이트는 자살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알려 주고
여럿이 모이자고 권유해 자살 생각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말했다.
김어수 교수 역시 “자살 사이트가 없어도 ‘죽을 사람은 죽는다’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자살사이트를 통해 자살에 대해 세뇌 당하는 위험을 당장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정진 교수는 “무책임한 자살사이트가 대책 없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인터넷 사용 윤리 교육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타인에
대한 예절을 갖추도록 교육시켜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상담을 강화돼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이 자살사이트가 아니라 상담 사이트부터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