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거꾸로 돌려’ 자폐증 진단
비디오 거꾸로 돌아도 자폐아는 이상 못느껴
만화 영화를 보는 유아의 태도를 관찰해 자폐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학교 에이미 클린 박사 팀은 자폐증이 있는 유아 21명, 자폐증이 없는
유아 39명, 발달장애는 있지만 자폐증은 없는 유아 16명을 대상으로 만화 영화를
보여 주면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나이는 모두 두 살이었다.
보여준 만화 영화는 화면 반쪽에서는 정상적으로 만화영화가 나오지만, 나머지
반쪽 화면에서는 아래위가 뒤집히고 거꾸로 돌아가는(비디오에서 ‘역진행’ 버튼을
누른 것처럼) 화면이 나왔다. 소리는 한 가지만 나왔고, 따라서 제 방향으로 돌아가는
반쪽 화면은 소리와 동작이 일치하지만, 거꾸로 돌아가는 나머지 반쪽에서는 소리와
동작이 일치하지 않았다.
건강한 유아와 발달장애만 있는 유아들은 주로 제 방향의 만화 영화를 봤다. 거꾸로
돌아가는 반쪽 화면을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폐증 유아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두 화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시청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박수를 치는 장면이 많은 만화 영화를 볼 때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자폐증 유아들도 제 방향으로 돌아가는 만화 쪽에 시선의 66%를 보냈다. 이는 화면
속 인물의 동작보다는 소리에 자폐증 유아들이 더 잘 반응하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자폐증이 없는 유아들은 만화 속의 동작에 반응을 보인 반면, 자폐증 유아들은
소리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클린 박사는 “다른 사람의 동작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의사 소통의 기초를 이룬다”면서 “자폐아들이 거꾸로 돌아가는 동작에서
별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면서도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자폐아의 뇌
발달이 정상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실험을 통해 생후 1주나 한 달 된 아기들의 자폐증 유무를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BBC 방송 온라인
판 등이 29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