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음료 = 초강력 비만 촉진제
액상과당 성분이 식욕 부추기는 효과
미국인들의 입에 ‘거의 항상’ 달려 있는 물건이 있다. 바로 콜라 같은 청량음료
병 또는 컵이다. 그리고 미국에선 살이 더 이상 갈 자리가 없는 초고도 비만자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청량음료가 미국인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청량음료가
이런 작용을 하는 원리가 밝혀졌다. 청량음료 속에 듬뿍 들어가는 ‘액상과당’이
그 주범이다.
액상과당은 ‘high fructose corn syrup’의 번역어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옥수수 등 농작물에서 추출하는 고농도 과당(fructose)이 주성분이다. 액상과당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여러 음식에 사용되지만 특히 청량음료에 많이 들어간다.
포도당은 식욕 낮추지만 과당은 식욕 높여
같은 당분이라도 포도당(glucose)은 식욕을 낮추지만 과당은 식욕을 돋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다니엘 랜 박사 팀은 2000년 이후에 발표된 뇌의 신호 시스템에
관한 연구나 보고서 여러 편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특히 뇌의
시상하부에 영향을 미치는 말로닐-CoA라는 효소에 주목했다. 말로닐-CoA 효소가 증가하면
식욕이 억제된다.
포도당은 말로닐-CoA를 늘려 식욕을 억제한다. “단 걸 먼저 먹으니 밥맛이 없다”고
할 때의 바로 그 단 맛이다. 반면 과당은 말로닐-CoA를 줄여 식욕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랜 박사는 “액상과당을 섭취하면 식욕이 증가해 비만과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공식품의 성분 표시 난에는 ‘high fructose corn syrup’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 소비자에게 액상과당을 먹을지, 안 먹을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모든 가공식품은 그 안에 들어간 성분을 들어간 양이 많은 순서대로
표시해야 한다. 단, 중량의 2% 이하로 들어간 성분은 순서와 상관없이 표시할 수
있다고 식약청은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용어 통일이 안 돼 있어 업체 마음대로 첨가물
이름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료수에 듬뿍 들어가는 액상과당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영양관리센터 이금주 팀장은 “꿀, 과일, 야채 등에 들어
있는 과당을 자연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액상과당이 들어가는 가공식품”이라고 말했다.
액상과당은 분유, 탄산음료, 과자, 젤리, 물엿, 조미료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단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된다. 가장 함량이 높은 것은 음료수다.
따라서 이 팀장은 “청량음료, 과일맛 음료 등은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며
“액상과당을 대체하고 싶다면 솔리톨, 자일리톨 같은 당알코올이나 올리고당을 선택하라”고
권고했다. 이들 성분들은 단 맛은 내지만 칼로리가 낮고 입 안에 남지 않아 충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랜 박사의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국제 학술지 ‘생화학 및 생물물리
연구(BBRC, 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소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27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