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감염경로는 ‘반찬 재활용’?
올해 감염환자,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최근 몇 년간 봄만 되면 급증세를 보이는 A형 간염이 올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들어 3월 20일 현재까지 A형 간염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08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9명의 2.1배나 된다.
A형 간염은 물과 음식을 통해 전염되는 수인성 전염병이라, 올봄처럼 이상고온이
지속되면 더욱 크게 번질 수 있다. A형 간염은 식중독처럼 음식과 침, 대변 등을
통해 전파된다. A형 간염의 주요 감염 경로는 불결한 음식을 먹거나, 환자 또는 보균자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반찬 재활용’을 하는 것이 감염의 주요 경로로
지적되는 이유다.
A형 간염은 봄에 급증해 여름에 최고점에 이른다. 2005년 이후 월별 발생 현황을
보면 1~3월 월간 500명대에서 4월 923명으로 2배 가까이 치솟고 7월 2076명으로 가장
높았다가 8월부터 줄어든다.
항체 없는 20-30대 환자 많아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서연석 교수는 “나들이, 단체 활동, 해외여행, 그리고
날 음식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A형 간염 환자도 증가한다”며 “특히 20~30대
환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 환자가 많은 것은 중장년층의 경우 어릴 때 흙장난을 하거나 불결한 환경에
자라면서 이미 대부분 면역력을 가진 반면, 위생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20~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외식, 술자리 기회 등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고광철 교수는 “A형 간염은 어린이나 젊은 층에서 잘
발병하며 어린이의 A형 간염은 대부분 증세가 경미하지만 성인이 감염되면 황달과
더불어 위증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을 비롯한 공업국들은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성인의 항체 보유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해도 10세 이후 인구의 85~90%가 A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0년에는 10대의 20%, 20대의 30%만이 항체를 갖고 있었다.
A형 간염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1개월의 잠복 기간을 거친다. 잠복기가 지나면
△식욕부진, 오심,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세 △피로감, 무력감, 발열,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다. 붉은 색 소변을 보거나 눈동자의 흰자위가 노란색으로
변하는 등의 황달도 나타난다. 잠복기에도 전염은 된다.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성인은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며,
만 2세 이상 소아는 3회 접종한다. A형 간염 백신은 가격이 4~8만 원으로 비싸 접종률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자주 손을 씻고 음식을 익혀 먹는 등 위생
습관이 중요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로 1분 동안 가열하면 죽는다. 한양대구리병원
손주현 교수는 “A형 간염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드물게는 급성 전격성
간염으로 발전하면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며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물이나
음식은 꼭 끓여 먹으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