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못 고치는 습관의 무시무시함

진료실에서 환자와 나누던 이야기이다.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생활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못 고친다.

안 고치는 것과 못 고치는 것의 경계는 매우 모호한데, 오랫동안 안 고쳤다면

못 고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 불규칙한 식생활 때문에 오랫동안 만성적인

위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도 처음에는, ‘에이- 내가 커피만 좀 줄이면, 식사만

좀 규칙적으로 하면 금방 나을 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게 그 시점에서는 사실이었지만 시간이 한 두 해쯤 지나면서, 점차 이런

생활이 고착되거나 심화되고, 커피도, 불규칙한 식사도 삶의 일부가 되어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생겨버린 아랫배의 두터운 인격을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든든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임신 8개월 정도 부피 때문에 결국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저 살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생활 습관은 묵직한 실재감을 자랑하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를 구속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이미 어쩔 수 없이 얽매여

있으며,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마치 누가 나에게 폭탄 띠를 두르게 한 채

터트리겠다고 협박하며 그렇게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습관의 무시무시함

‘생활 교정을 통한 건강의 개선’은 자신이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절박성을 얼마나 잘 깨닫는가에 따라 그 효율성에 매우 큰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요즘의 헬스케어 서비스 기획들을 보면 정보 제공을

충분히 하면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잘 따를 것으로

전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사람들이 잘 하지 못한다.

안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은 단지 그런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행동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가질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과거부터의

행동 패턴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에 사람들의 행동을 정보 제공과 근접 관리로 개선시키려는 일은 잘

되지 않고, 지루하고, 힘이 드는 것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 생활을 바꾸긴 바꾸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정작 행동의 변화는 너무나 안 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얼마나 강력한

협박범의 위협을 받고 있는지, 어떤 협박을 받아서 어떻게 메여 있는지를 잘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하고, 결국 더 행복해지게 하는 첫 단계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이게 달성되지 않으면 앞으로 무슨 서비스를 이용하든, 무슨 약을 먹든, 어떤

명의를 만나든 삶은 늘 그 자리에 그 모양으로 있거나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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