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자 ‘길치’ 많고, 남자는 물건 못 찾을까
남자의 공간인식은 ‘추적형’, 여자는 ‘관계형’
여자는 왜 ‘길치’가 많고, 남자는 물건을 걸핏하면 잃어버리는지가 뇌 영상
촬영을 통해 밝혀졌다.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남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얼바인 캘리포니아대학 프란시스코 아얄라 박사 팀은 남녀 각 10명에게 아름다운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MEG(뇌 자동 영상장치)로 뇌의 미세한 신호를 측정했다.
MEG는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보다 더욱 미세하게 뇌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장비다.
그랬더니 그림을 볼 때 남녀 모두 공간 인지와 관련이 있는 뇌의 두정엽이 활성화됐다.
단, 남자는 오른쪽 두정엽만, 여자는 좌우 두정엽이 모두 활성화됐다.
남자는 주로 오른쪽 뇌를 이용해 ‘좌표 방식’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목적지를 찾아 운전할 때 남자의 뇌는 전체 지도를 그린 뒤 목적지를 공간
속의 한 점으로 인식해 찾아가기 때문에 약간 길이 어긋나도 공간 속의 위치를 기억해
원 위치를 찾아오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집 안의 물건을 좌표 방식으로 기억하진
않기 때문에 뻔히 보이는 열쇠를 찾아 온 집안을 헤매기도 한다.
반면 여자는 좌우 두정엽을 모두 이용해 ‘무엇의 위, 아래, 오른쪽, 왼쪽에 무엇이
있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A빌딩의 왼쪽에
B빌딩이 있고…”라고 기억하기 때문에, 운전하다 길을 잘못 들어 A빌딩이 시야에
사라지는 순간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어렵다. 반면 집안에선 서로 상관 관계가 없는
물건들이라도 “무엇 옆에 무엇” 식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잘 찾아낸다.
남녀 사이의 이런 차이는 진화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얄라 박사는 “원시시대에
사냥을 맡은 남성은 움직이는 사냥감을 추적했기 때문에 좌표로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을 발달시켰고, 채집을 맡은 여성은 나무의 상대적 위치를 기억하는 방식을 발달시켰다”며
“남성은 동쪽을 기준으로 잡아 전체 공간을 파악하고, 여성은 확실한 기준점을 중심으로
사물의 위치를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방송 BBC, 일간지 인디펜던트 인터넷판 등이 25일 보도했으며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