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맞으면 평생 예방’ 독감백신 나온다
미 연구진, “5년 내 ‘슈퍼 독감백신’ 발매 가능”
한번 맞으면 주요한 독감에 대해서는 물론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슈퍼 독감백신’이 5년 안에 발매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다나 파버 암연구소 웨인 마라스코 박사 팀은 다양한 독감 바이러스를
한 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으며,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류독감을 비롯한 독감 바이러스는 위쪽에 막대사탕 모양의 단백질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은 이 막대모양 단백질의 ‘사탕’ 부분에 달라붙는
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문제는 독감 바이러스가 매년 이 ‘사탕’ 부분의 모습을 조금씩 바꾼다는 점이다.
매년 그 해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파악하고 ‘사탕’ 부분에 들러붙을
항체를 만들어야 했고 매년 새로운 백신을 맞아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마라스코 박사 팀은 ‘막대’ 부분에 주목했다. ‘사탕’ 부분은 매년
모습이 바뀌지만 ‘막대’ 부분은 거의 일정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진은 항체 은행에 보관 중인 수백억 개의 항체 중에서 독감 바이러스의 ‘막대’
부분에 들러붙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킬 항체 10가지를 찾아냈다.
그리고 실험 결과, 이들 항체들은 매년 유행하는 H1N1형 독감 바이러스와 1918년
전세계적으로 5천만 명을 죽인 것으로 추산되는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그리고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 바이러스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항체를 인체에 넣어 줄 수만 있으면 ‘평생’ 이러한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거쳐 5년 이내에 이런 항체들을 포함한 ‘슈퍼 독감 예방약’을
만들고, 곧 이어 예방백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 학자들이 최근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매년 수백만 마리의 조류를
죽이고, 사람도 이미 200여명 죽인 조류독감이다. 만약 조류독감의 변종이 나타나
사람에서 사람으로 쉽게 전염될 수 있게 된다면, 1918년의 ‘스페인 독감’처럼 엄청난
살상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마라스코 박사 팀이 개발 중인 ‘슈퍼 독감 예방 약’이
발매된다면 독감에 취약한 노약자 등의 생명을 살리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의대 미생물학과 피터 팔레즈 교수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만능 독감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연구”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라스코 박사의 연구는 유명 학술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Nature Structural
and Molecular Biology)’에 22일 발표됐으며, 미국 과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2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