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시키는 연출 솜씨 보여주는 ‘작전’

낯익은 주제를 낯선 얼굴들이 싱싱하게 연기

몰입시키는 연출 솜씨 보여주는 ‘작전’

‘500만 원으로 시작해 30억을 벌었다.’ 주식 관련 베스트셀러의 제목이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돈 싫다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돈,

돈’ 하지만 필자는 돈에 관해서는 손방이다.

그래서 주식 투자와 증권 시세 차익을 노리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뤘다는 영화

‘작전’은 처음부터 마뜩치 않은 느낌이었다.

오호!

하지만 영화 시작 10분을 지나면서 화면에 몰입 시키는 연출력에 내공이 있음이 느껴진다.

해외 영화제 출품 등을 내세우면서 실력보다 과대포장하는 경향이 있는 일부 감독과

비교하면 ‘작전’의 이호재 감독은 주목해 볼 만한 충무로 차세대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작전’은 ‘증권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다. 일부 대사에서 증권 용어가 쏟아지지만 별다른 거부감을 주지 않을

만큼 스토리에 녹아 있다.

하류 인생 강현수(박용하 분). 인생 역전을 노리고 주식에 도전하지만 쪽박을

찬다. 그러나 재기를 노리다 거리에서 구입한 주식 투자 요령 책자를 읽고 ‘프로

개미’가 되어 작전 주를 추격해 거액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가 수익을 얻은 주식은 조폭 출신 황종구(박희순 분)가 작업 중인 작전

주. 현수는 황종구가 시도한 작전을 훼방 놓은 능력을 인정받아 600억 원을 놓고

벌이는 주식 작전에 가담하게 된다.

600억 원짜리 주식 작전에 말려드는 군상들

영화는

주식 시장의 급박한 주가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잡다한 설명보다는 붉고 푸른 막대그래프를

적극 활용한다.

붉은색 전구가 수천 개씩 긴박하게 움직이는 증권 거래 시황판, 그리고 그것을

쳐다보면서 희로애락을 드러내는 객장의 얼굴들.

작전을 시도하는 사람과 멋모르고 말려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눈치 채고 역작전을

펼치는 사람들의 두뇌 게임을 감독은 커다란 두부 한 판을 일정하게 잘라 판매하는

것처럼 분할 편집해 긴박하게 전개함으로써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작전’은 식상한 것과 싱싱한 것 두 가지를 내세우며 흥행 포인트를 노리고

있다. 한 가지는 일확천금이나 불로소득을 노리다가 패가망신 당한다는 오래된 주제이며,

다른 하나는 싱싱한 배우들이다.

6개

숫자만 맞추면 인생역전이 된다고 부추기면서 한편에서는 ‘거액을 탄 로또 당첨자들이

대부분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어르고 뺨치는 뉴스가 간간히 사회면을 장식한다.

이런 뉴스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앞쪽, 즉 ‘돈 벼락을 맞고 싶다’는

것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주식한 사람 있냐구?’라는 배짱 하나로 작전 주에 몰입하는

자칭 백수 현수. 한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증권 시장에서 인위적인 작전을 시도하고 있는 DGS 홀딩스의 대표 황종구. 패기만만한

증권 브로커를 자처하는 조민형(김무열 분).

여기에 국회의원 등 권력자들의 검은 돈을 ‘세탁’을 해주는 자산관리 전문가

유서연(김민정 분)까지 얽히고 설켜 돈에 환장한 사람들의 행각을 긴박하게 보여

준다. 동시에 감독은 노력해서 벌지 않은 거액은 파멸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 준다.

비록 식상한 결말이지만 차익을 놓고 벌이는 주식 시장의 움직임이 양념 구실을

하면서 제작사가 내세운 범죄 스릴러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작전’의 신선함은 낯선 배우들이 응집해서 보여주는 연기력에서 발산된다.

10여 명도 안 되는 배우들이 영화판을 독식하고 있는 한계에 답답함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박용하, 박희순, 김무열, 그리고 버터 발음을 들려주는 재미교포 브라이언 최(김준성

분)가 보여주는 교집합에서 동해안에서 막 잡아 올린 활어를 맛보는 듯 한 신선함을

느낄 만하다.

영화는 독가스의 약칭인 DGS 홀딩스의 황종구가 주가 조작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 각목으로 타살하는 장면과, 주가 조작을 과도하게 보여줘 청소년들에게 모방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영상물등급위원회부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가 언제부터 우리 청소년들에 대한 위해 영상물 노출에 그토록 노심초사했는지

실소와 헛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발악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노력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 놓는 오늘의 한국.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가 날린 마지막 대사가

‘대한민국 고등학교 xxx그래!’다.

팍팍한 세상 살기에 억눌린 감정을 갖고 있는 대다수 예비 관객들이여, ‘작전’을

통해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껴 보시라! 2월 12일 개봉, 125분, 청소년 관람불가.

    코메디닷컴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