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6세 되셨나요? 무료검진 받으셔야죠
‘생애전환기 검진사업’ 홍보 안돼 이용 저조
올해 만 41세가 된 박병철 씨(수원시 권선구)는 지난해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받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초 우연히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만 40세가 되면 암 검진 등을 ‘생애전환기 검진사업’이라는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생애전환기 검진사업에 등록된 병원을 찾아 예약을 했다. 병원은 처음엔
“연락처를 적어 놓고 가면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연말이 다 돼서 병원 측은 전화로
“올해는 예약자가 꽉 차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다른 병원을 찾아봤지만 대답은
비슷했다. 예약이 끝났으니 다른 병원을 찾으라는 소리였다.
박 씨는 “일생 두 번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검진이라면 연말까지 예약한 사람에게만이라도
검진을 받도록 유예 기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정해 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40세와 66세가 되는 해에 14가지 검사를 무료로 해 준다는
보건복지부의 ‘생애전환기 검진 사업’은 현재 홍보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병원들
역시 무성의한 자세로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예방의학 차원으로 진행하는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사업은 2007년 4월 시작됐다. 청년기에서 중년기로 넘어가는 만 40세와,
중년기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만 66세 때 5대 암에 대한 검진, 골밀도 검사, 노인
신체기능 검사 등을 해 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작년 말 현재 전국 3157개 병원이
검진 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피부양자 포함)로서 해당 연령이 된 사람은 누구나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 돼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비만, 암
같은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치료하는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
복지부는 앞으로 만 40세와 66세 외에도 대상 연령층을 점차 확대하고 검진 항목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1월25일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최근 도입한 생애전환기
검진이 호평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당뇨, 심근경색처럼 노인 연령대에 자주 발생하는
병을 집중적으로 미리 검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장관의 발언에서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사업이 외형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평을 받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너무 다르다. 이 사업을 알고
활용하는 사람은 전체 대상자의 절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올 1월 말까지의 건강보험 청구 건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초까지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을 받은 사람은 53만여 명으로 검진율 54.2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검진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7년 4~12월 기간에도 검진율이 45.65%였다는 점을 비춰볼
때 사업 2차 연도에도 성적이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참여율이 낮은 이유는 홍보 부족으로 절차와 방법을
모르는 대상자가 많기 때문이다. 설령 알고 있다 해도 박 씨의 경우처럼 연말에 몰려
검진을 받으려다 예약이 밀려 검진을 못 받은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공단은 대상자를 파악해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는 건강 검진표 등을
가입자 주소지로 우편 발송하고 있지만, 66세 노인들의 경우 이러한 내용을 받아도
작성법 등을 이해하지 못해 참가하지 못하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방송 등을 통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시행 초기다
보니 다른 검사보다 참여율이 낮은 편”이라며 “생애전환기라는 용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 바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생애전환기 검진 항목은 모두 14가지이고 이런 검사를 개인 돈을 내고 병원에서
받으려면 40만~8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