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치료연구 추진에 일단 제동
생명윤리위, 차병원 신청에 “보완 뒤 재검토”
‘황우석 사태’로 2006년 중단된 인간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차병원의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5일 정오 회의를 열고 차병원이 제출한 ‘파킨슨병,
뇌졸중, 척수손상, 당뇨병, 심근경색 및 근골격 형성 이상을 치료하기 위한 면역적합성
인간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의 확립과 세포치료제 개발’ 연구계획에 대해 ‘보완
뒤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고 보건복지부가 5일 발표했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연구계획서에 미비점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차병원으로부터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받아 4월 재심의할 계획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생명윤리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차병원의 연구 계획에
특별한 법적 하자는 없지만 △지나친 기대나 오해를 막기 위해 연구 제목을 수정하고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할 조치가 필요하며 △차후 유사 연구의 기준이 되므로 사용
난자의 숫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연구의 윤리성 준수를 감시하기
위해 차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황우석 사태 이후 3년 만에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차병원의 계획에 대한 심의여서 이날 회의는 시작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연구 조건에 제약 요인이 많아 설사 차병원의 계획이
승인된다 해도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 번째로 지적되는 것은 실험에 사용할 난자의 제한성이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실험에 사용될 수 있는 난자는 동결보존 중인 난자 중 시험관 아기를 낳고자
하는 여성이 이미 임신에 성공해 폐기될 난자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제주대 생명공학과 박세필 교수는 “수정이 안 된 배아는 이미 기능적으로 죽어
있다”며 “이는 문제가 있는 배아를 가지고 연구를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난관은 적출 난소에서 채취된 잔여 난자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출
난소는 젊은 여성에게는 드물고 주로 폐경기 이후 여성에게서 추출된다.
박 교수는 “적출 난소는 보통 폐경기로 난자를 생산할 수 없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여성들에게서 빈도가 매우 높은데, 이런 여성들에게서 난자를 꺼내 성숙시켜
이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건 상의 문제와 더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도덕과 윤리성 문제다.
논쟁은 인간배아의 정의에서부터 출발한다. 인간배아 복제는 체세포 핵 치환 기술을
사용하여 만들어진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후 이식용 장기를 배양하거나 결손
있는 장기를 재생시키는 것 등을 가리킨다. 이를 ‘치료용’ 인간복제라 부르기도
한다.
이 때 사용하는 ‘배아’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고, 이 수정란이 발생을
시작하여 약 2주 후 자궁에 착상되기 전까지의 존재이다.
이 단계의 배아를 ‘생명 이전’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배아복제를 이용한 실험에
찬성하지만, 정자와 난자와 결합하는 순간부터를 생명의 탄생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이를 실험용으로 이용한다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차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추진에 대해 줄기세포 연구를 할 수 있는
권리, 생명권 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줄기세포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세포나 장기로 성장하는 일종의 모세포로 간(幹)세포라
불리기도 한다. 이 줄기세포에는 사람의 배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복수
기능 줄기세포)’와 혈구 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세포와 같은 ‘성체줄기세포(다기능
줄기세포, 만능 세포)’가 있다.
체세포 복제란 핵을 제거한 난자에 환자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해 얻은
배아로부터 줄기세포(어떤 기관으로도 분화할 수 있는 원시세포)를 추출하는 것.
이는 면역 거부 반응이 없고 분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다량의 인간 난자 사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가 논란거리가 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