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보면 살인충동” 강호순 쾌락형 연쇄살인범
부녀자 7명 살해한 강호순의 살인충동 분석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불특정 부녀자 7명을 연쇄 살인한 강호순(38)에
대해 정신과 의사, 범죄심리학 전문가 등은 ‘쾌락형 연쇄살인범’으로 진단을 내린다.
한국범죄심리학회 장석헌 회장(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연쇄살인범의
유형은 망상형, 임무형, 쾌락형, 권력지배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강 씨 경우는 쾌락형이라
볼 수 있다”며 “이는 그가 성폭행이나 성관계 목적으로 여성에 접근했다고 밝힌
데서나, 피해 여성의 손톱을 뽑고, 알몸으로 암매장 한 행동 등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범의 경우 대개 성장 과정에서 불우한
가정 환경 아래 학대를 받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여성 전체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약한 여성을 살인함으로써 스릴과 권력욕, 성욕, 보복심리
등을 동시에 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사람 죽이면서도 감정 동요 없는 사이코패스
지난해 10월 서울 논현동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화재를 피하는 사람들을 무차별
살해한 정상진(30) 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쇄살인범 강호순 역시 사이코패스적
특징을 갖는 것으로 정신과 의사들은 분석한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 최근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과 사이코패스와의 관계에 대해 “사이코패스는 모든 잘못을 자신이
아닌 외부 탓으로 돌리는 현실도피적 성향이 짙고, 모든 문제의 원인인 외부 세계에
대해 폭력을 가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를 위험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 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사이코패스란 정신분열증 등을 가진 정신병 환자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정신병자는
환각과 환청 등으로 치밀한 범죄 계획을 짜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사이코패스는 이러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냉철한 계획 아래
대담한 범행을 계획하고 저지를 수 있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 또는 고통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정상인은 타인에게 범죄를 저지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사이코패스는 상대의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잔인한 행동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낼 수 있다.
사이코패스의 이러한 특징은 때로 남자다움, 과감함 등으로 위장되기 때문에 여성
피해자가 사이코패스의 이런 특징에 매력을 느껴 희생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민성길 교수는 “이들의 범행 동기를 보면 극단적인 어려움과 고립된 상황 속에서
절박한 심정을 어떻게든 표출하려는 성향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 씨의 경우도 아내가 사망한 뒤 여자에 대한 살인 충동이 일어났다고 본인이
밝힌 점, 1차 범행 뒤 여자만 보면 살인충동을 자제할 수 없어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억눌렀던 심정의 잘못된 표출’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억압감이 우울증으로 발전되고, 결국 사회에 대한 반항심, 경멸감
등 반사회적 성향이 고착화되면서 연쇄살인범이 됐다는 분석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박진경 교수는 “범인 강 씨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범죄 이전 대인관계나 성격 특성, 범행 동기 등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보도된 내용으로 판단한다면 강 씨는 성적욕망, 공격성,
범법 행위에 대한 통제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며, 양심의 가책이 결여된 것을 특징으로
하는 사이코패스로 일단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자 제압하며 쾌감 느끼는 연쇄살인범의 특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쇄살인범 관련 영화 등을 보면 연쇄살인범들은 대개 약자
또는 여자만 골라 죽이는 등 살인 대상에 일정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이 대상으로 삼는 피해자들은 대개 약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맹수가 사슴
무리 중 가장 연약한 새끼를 노리듯 사이코패스들은 착취에 적합한 대상을 고르는
데 뛰어난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심리학과 스티븐 포터 박사 팀의 실험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높은 남성은 소득이 적고 슬픈 표정을 짓는 여성을 골라내는
능력이 유별나게 뛰어났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사이코패스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제압함으로써 쾌감이나 승리감을 맛보려 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심리적으로 이미
몇 번의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그 쾌감 때문에 다시 사람을 죽이고 싶은 살인 충동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정신과 채정호 교수 역시 “드러나지 않아도 살인충동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계기가 기폭제 역할을 하든
살인충동을 실제 살인으로 연결하는 사건들이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 교수는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흉흉한 가운데 이번 사건은 분노와 충동의
극단적인 표출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기 안에 잠재돼 있는 분노와 화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2005년 화재사건으로 부인이 사망하자 충격을 받아 자포자기한
삶을 살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후 여자들을 보면 살인충동을
느꼈으며, 1차 범행을 한 뒤에는 살인 충동을 자제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강 씨는 피해 여성들에게 성폭행이나 성관계 목적으로 접근했으며, 대부분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해 암매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씨는 1999년 이후 최근 10여 년 동안 화재와 교통사고 등으로 받은 보험금이
6억 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005년 장모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험금 4억 8천만 원을 비롯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8건의 보험에서 총 6억 6천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보험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방화를 했을 가능성에도 경찰은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