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밥 적게 먹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효과
몸에 쌓인 지방 해소해 단기 감량에 효과
풍성하게 차려진 설 식탁에서 어느 쪽으로 젓가락을 많이 보내야 맛나게 먹으면서도
‘명절 살’은 붙지 않을까? 미국에서의 최신 연구 결과 전체 열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게 ‘살 관리’에는 더욱 유효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컨대 떡과 고기, 나물이 한 상에 올랐을 때 떡을 참고 나물을 더 먹어야 다이어트가
더욱 잘 된다는 얘기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과대학 제프리 브라우닝 박사 팀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
14명에게 절반은 탄수화물 섭취 비율을 줄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전체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2주 동안 시켰다.
그리고 간에 축적된 지방질이 얼마나 분해되는지를 2주 뒤에 관찰했다. 그 결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한 사람은 평균 체중이 4.3kg 줄어든 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사람은 2.3kg 감량에 그쳤다.
그 이유를 브라우닝 박사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몸은 부족한 에너지를 기왕에
간에 축적된 간지방을 연소시키는 방법으로 충당하는 반면, 전체 칼로리를 줄이는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 음식으로부터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려고 하면서 간지방을
연소시키는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몸에 축적된 기존 에너지원을 활발히 소모하도록 하는
반면,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그런 작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브라우닝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알코올성이 아니면서도 간에 지방이 쌓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약물이 아니라 다이어트를 통해 치료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시도됐다”며
“다이어트 방법을 찾기 위한 연구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더욱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에 21일 소개됐으며,
간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 ‘헤파톨로지(Hep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
하루 밥 3공기 괜찮지만 군것질이 문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영양관리센터 이금주 팀장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우선
간에서 사용할 에너지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으로 저장되고, 남으면 중성지방을 합성하게
된다”며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중성지방 합성이 줄어들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기왕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연소해 충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 이러한 대사 과정이 덜 활성화되므로 간에서
지방 합성이 되면서 기왕에 저장돼 있는 지방간을 없애는 작용이 왕성하지 못하다는
설명이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체중 감량에 좋다면 밥을 위주로 식사하는 한국인은 아예
밥을 끊어야 한다는 걸까. 이 팀장은 적당한 밥 섭취량에 대해 “하루에 밥 3공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단지 간식으로 먹는 단 음식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루 밥 3공기 정도에 나물, 생선, 두부 등 몸에 좋은 반찬을 골고루 섭취하면
영양섭취나 체중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병원 가정의학과 조주연 교수는 설 명절 음식을 먹을 때 주의 사항으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은 저탄수화물에 고단백 음식, 즉 콩, 두부,
생선, 달걀, 나물반찬 등을 풍부하게 먹는 게 좋다”며 “떡국을 먹을 때는 떡을
조금만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많은 편이다. 한국영양학회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전체 식사의 55~60%를 권장하지만 실제로는 70% 이상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으면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방법은 나라마다 다른데, 식단에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한국인은
탄수화물 섭취량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면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저칼로리 다이어트는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량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탄수화물만 집중적으로 낮추지 않기 때문에 주로
지방 섭취를 줄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