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분위기 따라 ‘왕따’ 달라진다
‘위계화’ 심할수록 피해 학생 더 많아
여섯 살 때 왕따를 당한 어린이는 열 살이 돼도 계속 왕따를 당하는 어린이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집단 괴롭힘 때문에 전학을 가는 비율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이 아니라 영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드러났다.
어린이들 사이에 왕따 현상이 어느 나라든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학교에서의 왕따 근절이 어린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연구였다.
영국 워릭대와 허트포드셔대학 공동 연구진은 영국의 6~9세 어린이 663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이들이 10~11세가
됐을 때 다시 한번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여자 어린이는 남자 어린이보다 때리는 등의 신체적 괴롭힘이나 말로
주는 상처를 받는 경우가 2.5배나 더 많았으며, 10세가 되어도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이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괴롭힘의 양상은 어린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6세 때는 때리거나 말로
직접 괴롭혔지만, 10~11세가 돼서는 입소문을 통해 왕따 대상을 학교에서 고립시키는
괴롭힘이 더 많았다.
6~9세 때 인터뷰했던 학생 171명은 중간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이들 중
9%는 괴롭힘 때문에 학교를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전학 간 어린이들은 친구가
거의 없었으며, 또한 이들이 속했던 학급은 힘센 아이들과 약한 아이들로 나뉘는
‘위계화’ 현상이 다른 학급보다 더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주도한 워윅대의 디터 월키 교수는 “학교나 상담 의사, 부모가 집단 괴롭힘을
당한 어린이들의 신체, 정신적인 신호를 빨리 알아차려야 이로 인한 장기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방송 BBC, 일간지 텔레그라프 인터넷판 등이 l4일 보도했으며
‘영국 발달심리학 저널(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