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의 기준은 몇 잔일까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술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과음의 기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직장 회식
자리에서 어쩌다가 한 번 마시게 되는 것도 많이 마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 그렇게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에요~’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일주일에
2~3번 이상 마시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자기 전에 맥주 한두 캔 정도는 술로
쳐주지도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술은 얼마나 마시는 것이 ‘과음’이고,
적절한 음주란 무엇인가?
‘과음’의 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하루에 알코올 50g 이상을 섭취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출처: 고려의학 발간 ‘가정의학’)
알코올 50g이 어느 정도 양인고 하면… 각각 주종에 맞는 잔에 마실 때,
소주 5잔,
맥주 3병(물론 피쳐 아님, 355ml기준),
양주 4잔,
와인
3.5잔(12~14도 기준),
막걸리 1과 1/3병(1병에 1리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일주일 기준으로 따지면 알코올 170g 이상이 과음에 해당하는데, 그 양은
소주 2병 반, 맥주 10병, 양주 반 병(1병에 360ml기준), 와인 2병 반(1병에 700ml기준),
막걸리 4병 반 정도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일주일 동안 소주 3병을 마시는 것은 과음에 해당하고, 2병을 마시는
것은 안전한 음주에 해당하는 것일까?
과음의 기준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일주일에 소주 1병도 매우 힘든 양일 수 있다.
전날 여러 명이 함께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종류의 술로 같은 양을 마셨다고 가정해
보자.
다음 날 아침엔 분명 술이 덜 깨서 힘들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말끔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가 나게 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술을 마시게 되면 우리 몸은 알코올을 흡수하여 분해하는데, 그 과정이 다음과
같다.
알코올은 간에서 생성된 ADH(alcohol dehydrogenase)와 ALDH(aldehyde dehydroxygenase)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바뀌게 되고, 아세트산은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다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 과정의 중간에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녀석이 등장하는데, 이 녀석이 바로 숙취의
원인이 되는 녀석으로,
우리 몸 속을 돌아다니며, 취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알코올을 아세트산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시키느냐에 따라 술을 잘 먹느냐,
못 먹느냐가 결정된다.
물론, 정확하게 설명하려 들자면(ALDH 의 type과 유전자 polymorphism이라던지,
blood alcohol concentration, volume of distribution 등등) 매우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기에 과감히
생략하겠다.
효소의 분비가 느린 간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알코올을 처리해내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몸 속에 돌아다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많아져서 숙취를 더 많이 느끼게 되고,
효소의 분비가 빠른 간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는 처리 속도가 빨라서
몸 속을 돌아다니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양이 적기 때문에 잘 취하지도 않고, 다음
날에도 깔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무척 부럽다!)
간에서 효소 분비 정도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데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 외에도 개인의 신체적인 특징과 환경적인 요인, 술을 마실 때의 상황 모두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통 술을 잘 마시는 사람(간에서 효소 분비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간에 대해
어느 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있고, 반복되는 과음에도 나의 튼튼한 간이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간에서 효소 분비가 적은 사람)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알코올을 분해해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주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믿음직한 간도 한계를 느끼고 지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