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잃은 50대, 36년만에 “들린다!”

세브란스, 청각장애인에 인공청각기 이식 성공

청각잃은 50대, 36년만에 “들린다!”15살

때 병으로 청각을 상실한 50대 남자가 인공청각기 뇌간이식술(일명 뇌간이식술)이라는

첨단 치료를 받고 36년 만에 소리 없는 세상을 탈출했다. 후천적으로 청각을 상실한

환자가 뇌간이식술을 통해 청각을 회복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8층 신경계 중환자실. 환자 이정근(51, 남) 씨는 초조하게

의료진의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 이원상, 최재영 교수 및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마침내 스위치를 올렸다. 이 씨의 뇌 속에 심은 ‘소리 전달 장치’에

처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 씨는 바로 “소리가 들린다”고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정상적으로

말을 하고 소리를 듣다가 15세 때 열병으로 청각을 잃었기 때문에 그는 어눌하게

말은 하지만 듣는 것은 불가능해 상대방의 입술 모양을 읽거나 글자를 통해 의사소통을

했다.  

의료진이 이 씨의 뇌에 심은 전기자극 장치는 오스트리아 산으로 이날 이 씨의

청각 회복 테스트 역시 제조사의 테스트 기사 마리 폴락 씨가 맡았다. 폴락 씨가

컴퓨터를 통해 높고 낮은 소리를 입력하자 이 씨는 바로 “앞 소리가 더 높다” “이번에는

두 소리가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와 아내가 박수를 치자

“박수소리도 들린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의료진 역시 박수로 이 씨의 청각 회복을 환영했다. 최근 인공청각기

뇌간이식술에 대해서 국내 일부 의학자로부터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안 받은

기술이라 위험하다” “전원을 넣는 순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던 터여서 의미가 더 컸다.

이 씨의 뇌에는 작년 9월29일 외부 소리를 전기자극 형태로 바꿔 직접 뇌에 전달하는

장치가 삽입됐다. 이 씨의 귀 속 달팽이관은 병으로 딱딱하게 굳어 외부의 소리를

전달하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이 장치는 외부의 소리를 디지털 형태로 바꿔 뇌의 청각 담당 부위에 직접 전기자극

형태로 전달해 뇌가 소리를 듣도록 한다. 귀 없이 소리를 듣는 방식이다.

현재 이 씨는 옆 사람의 말소리를 ‘언어’가 아닌 ‘소리’로 듣는다. 청각 중추가

오랫동안 기능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앞으로 언어 듣기 훈련을 통해 이 씨가

대화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원상 교수는 “이 씨의 경우 원래 말하고 듣기를 배운 상태였기 때문에 언어

능력 회복이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7월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난 A모 군(18개월)과

B양(5세)을 대상으로 뇌간이식술에 성공한 바 있다. 뇌간은 전체 뇌에서 큰골, 작은골을

제외한 가운데 부분으로 청각이 지나가는 통로가 뇌간에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인공청각기 뇌간이식술을 신의료기술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청했으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수술에 사용되는 장치는 동전 크기의 수신기와 새끼손톱보다 작은 금속 자극기

및 금속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장치는 한번 장착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뇌간이식술은 20여 년 전에 개발됐지만 뇌 기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자장치의

한계 등으로 당시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의 발전과 컴퓨터,

전자장비의 발달로 뇌간이식술은 유럽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탈리아 베로나대학 이비인후과가 1997~2006년 뇌간이식술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내이(內耳) 기형 등 비종양성 청각장애자들에게 뇌간이식술은 소리를 듣게 하고 말하기를

하는 데 100%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종양 때문에 청각이 상실된 환자에게는 뇌간이식술이 말소리를 알아듣는 데 50∼80%의

회복 효과를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간이식술을 통한 소리 인식 과정

1. 귀에 설치된 작은 마이크를 통해 외부 소리가 입력된다 

2. 소리는 가는 전선을 따라 강력한 소형 컴퓨터인 언어합성기로 전달된다

3. 언어합성기는 소리를 거르고 분석해 부호화된 디지털 신호로 바꾼다

4. 언어합성기는 디지털 신호를 전선을 통해 발신기로 보낸다

5. 뇌간에 심어진 자극기는 받아들인 디지털 신호를 일정한 배열을 가진 전극을

통해 뇌의 청각 담당 부위에 직접 자극으로 전달한다

6. 뇌는 전극을 통한 자극 신호를 해석해 소리로 인식한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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