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피워도 가공식품 많이 먹으면 폐암 가능성”
한국 과학자 규명…햄-베이컨의 인산염이 세포 신호전달 방해
담배를 안 피워도 햄, 베이컨 등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폐암을 일으키거나,
폐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한국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밝혀졌다.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이자 국립독성과학원 원장인 조명행 박사 팀은 무기 인산염이
들어간 먹이를 먹은 쥐가 폐암으로 발전하는 종양 증식 속도가 빨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조 박사 팀은 쥐에게 자연스럽게 폐 종양이 생기게 했다. 그 뒤 인산염을 0.5%
또는 1% 섞은 먹이를 먹게 하고 폐 종양의 증식 속도를 관찰했다. 이 정도 양의 인산염은
인간의 음식에 들어가는 비율과 비슷하다.
4주 후 쥐들의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인산염을 1% 섭취한 쥐의 폐 종양이 0.5%를
먹거나 아예 먹지 않은 쥐보다 더 빨리 자랐다.
연구 팀은 이는 인산염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가 붕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폐암은 폐 조직의 세포 증식이 조절되지 않아 발생하는 병”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고농도의 무기 인산염 섭취가 세포의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를
달라지게 해 폐암으로 발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무기 인산염(inorganic phosphates)은 유기체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분이며
햄, 베이컨, 치킨 등의 육류나 치즈, 음료수 등의 식품에 흔히 들어가는 첨가제다.
인산염이 음식에 들어갈 경우 씹히는 질감과 수분 함량을 높인다.
조 박사는 “1990년 대에는 인산염 섭취량이 일일 470mg 정도였으나 점차 이 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이 늘어나 최근에는 1000mg까지 먹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의 연구 결과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폐
재단의 부위원장인 스티븐 스피로 교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므로
앞으로 과도한 인산염 섭취가 인간의 종양 증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오리건 건강과학대의 존 헤프너 박사 역시 “미국국립보건원 같은 정부 기관이
식품 속 인산염이 암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햄 등을 먹일 때 나쁜 성분을 없앤다며 뜨거운 물에
햄 등을 한번 담그기도 한다. 이런 속설에 대해 동서신의학병원 영양관리센터 이금주
팀장은 “인산염은 가공식품에 주로 무기인산염 형태로 첨가되는데, 무기인산염은
수용성이 아니므로 물에 데친다고 제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한국인은 곡류를 통해 인산을 많이 섭취하지만 섭취한 양 100%가
인체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며 “무기인산염의 위해성을 판단하려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호흡기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009년 1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
영국 방송 BBC 인터넷판 등이 30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