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울렁증’은 영어실력과 무관
미묘한 감정변화 잘 못 읽어 당황하기 마련
외국인 앞에만 서면 괜히 긴장하고 목소리도 갈라지는 현상을 누구나 경험한다.
이를 방송 등에서는 ‘영어 울렁증’ 등으로 표현하며,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그러나 외국인 앞에서의 이러한 당황스러움은 영어를 잘하고 못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상원의원 시절인 지난 3월 미국의 인종적 긴장에
대해 연설하며 “인종 간에 오해의 장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대 심리학자 헤더 그레이 박사 팀은 오바마의 이 같은 발언을 계기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인종 사이의 벽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해 보는 실험이었다.
연구 팀은 백인과 흑인으로 구성된 피실험자들을 백인-흑인으로 짝지어 주고 일정한
과제를 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의 행위를 백인 또는 흑인만으로 구성된
관객들이 쳐다보면서 피실험자들의 긴장도를 눈으로 판정하도록 했다.
피실험자들이 과제를 진행하는 동안 불안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피
속의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 분비가 늘어난다.
그 결과 흑인 앞에서 불편해 하는 백인의 행동은 백인 관객들이 가장 잘 알아챘다.
반대로 백인 앞에서 불편해 하는 흑인의 스트레스 역시 백인 관객들은 잘 알아채지
못한 반면, 흑인 관객들은 예리하게 집어냈다.
코르티솔 측정치와 거의 비슷하게 피실험자들의 당황 정도를 알아맞힌 것 역시
동일 인종 관객들이었다.
실험 결과에 대해 그레이 박사는 “같은 인종끼리는 경험의 공유를 통해 행동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잘 파악해내는 반면, 서로 다른 인종끼리는 몸이 발산하는 각종
비언어적 표현을 읽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 당황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에서 함께 영어를 사용하며 사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도 이처럼 인종 사이에
감정의 간격이 존재하며, 다른 인종을 만나면 물건을 더듬거나 목소리 톤이 바뀌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고 해도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나면 당연히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며, 이는 외국인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과의 잦은 접촉을 통해 서로의 몸짓과 표정을 통해 나타나는 ‘몸짓 언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기 까지는 이와 같은 ‘외국인 울렁증’이 당연하다는 결론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리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
12월 호 실렸으며 영국 일간지 더 타임즈 인터넷판, 캐나다 온라인 과학 뉴스 유레카
사이언스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