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지나치면 인간광우병 유사증세 생긴다

과음-위절제술로 비타민B 부족하면 발생

술 지나치면 인간광우병 유사증세 생긴다광우병에 걸린 동물을 인간이 먹으면 걸리는 인간광우병(vCJD)의 증상은 균형을

못 잡아 똑바로 일어서지 못하고, 다리를 넓게 벌리며 걷는 사지 기능장애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고 바로 “한국에 인간광우병이 나타났다”고 소리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오랫동안 과음을 지속하면 외형적으로 인간광우병과 거의

분간하기 힘든 증세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관련되는 뇌 증상으로는 이른바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 단기기억 상실증이

있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의학용어로 ‘블랙아웃(정전)’이라 불리며, 과음 때

나타난다.

그러나 블랙아웃이 자주 반복되면 뇌가 알코올 때문에 손상돼 있다는 의미이며,

앞으로 급성 뇌 장애 또는 치매로까지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블랙아웃이 반복되는데도 계속 과음을 하면 ‘술로 인한 인간광우병 유사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의학 용어로 베르니케 뇌증,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한다. 모두

알코올에 의한 급성 뇌 장애다.

독일의 신경학자 베르니케, 러시아의 정신병학자 코르사코프가 각각 처음 발견해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이 두 질환은 뇌의 측두엽에 비타민B의 한 종류인 시아민이

부족해 뇌세포가 파괴되며 발생한다.

신경과학자가 면밀히 검사하면 인간광우병과 코르사코프-베르니케 증후군은 구분된다.

그러나 증세는 인간광우병과 매우 유사하다.

인간광우병은 긴 잠복기를 거쳐 일단 발현되면 치매 증세와 방향감 상실 등을

보이면서 정신착란, 시력 장애, 중풍 등으로 발전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1년 안에

사망할 정도로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다.

코르사코프-베르니케 증후군도 외형적 증상은 거의 동일하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박기정 교수는 “비타민B가 부족해 생기는 베르니케 뇌증은 술을 많이 마시거나 만성

알코올 중독자인 사람, 위 절제술 뒤 비타민 보충을 하지 않은 사람, 입덧으로 영양이

부족한 임산부,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여성 등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세는 날짜를 잊어버리는

것 같은 혼돈, 안구 근육이 약해져 안구를 무의식적으로 좌우로 움직이는 안구진탕증,

균형을 잘 잡지 못해 발을 넓게 벌리며 걷는 것 같은 사지 기능장애 등이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은 베르니케 뇌증보다 증세가 더 심하다. 치매처럼 기억력 장애가

뚜렷하고 학습을 통한 기억도 없어진다. 심지어 있지도 않았던 일도 지어내 말하기도

한다.

올해 봄 인간광우병 환자로 의심받았던 미국의 아레사 빈슨 씨 경우도 위 절제술

뒤 비타민B 결핍으로 일어난 베르니케 뇌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도비만으로 위 절제술을 받은 사람은 음식을 통해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종합비타민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박 교수는 “베르니케 뇌증은 비타민B를 보충해 주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는 완치되기 힘들고 그대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평상시 술을 적당히 마시고, 시아민이

풍부한 채소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병원 이종섭 원장은 “블랙아웃은 술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해 자주 발생한다”며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주량과

속도를 늦추어 간에서 알코올이 충분히 분해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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