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지도] ‘걸릴 질병’ 미리 알고 대처한다
세계 4번째 한국인 유전체 지도 완성의 의미
사람의 유전체 서열을 모두 분석하면 정말로 무병장수의 시대가 열릴까?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은 좋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많이 남았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유전체 지도를 분석해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의 돌연변이, 취약점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김성진 원장은 유전자 지도의 의미에 대해 “맞춤
의학, 예방 의학, 예측 의학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인종의 혼합이 적기 때문에 미국, 유럽, 중국에 비해 훨씬 연구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유전 관련 질병의 예로는 셀리아크병을 들 수 있다. 밀가루를 먹으면 설사, 구토는
물론 심하면 쇼크로 인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동양인에게는 희귀병이지만
북유럽에서는 유병률이 0.5~1%로 비교적 발생빈도가 높은 병이다. 서양인에게는 밀가루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방암의 원인 중 하나는 BRAC 1이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이다. 조직검사에서
BRAC 1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이 생길 위험이 돌연변이가 없는 사람에
비해 높다. 다른 인종에게는 단순히 유방암의 위험이지만 유태인 여성에게 BRAC 1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과 자궁암의 원인이 된다.
위암 중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 생기며 위벽에 넓게 퍼지는 미만성 위암은 PSCA
유전자의 변이와 관련이 있고 이는 특히 동양인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이렇듯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와 특정 인종과의 연관성이 파악되면 질병을
미리 예방하거나 더 쉬운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는 대장암,
뇌종양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밝혀내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조직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선택하고 있다.
유전자 지도를 실제 의료 현장에 이용하기 위해선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BRAC 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유방암의
원인이긴 하지만 모든 유방암이 BRAC 1 유전자 돌연변이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과 더불어 그 결과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유전체 지도는 맞춤의학이라는 장점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갖고
있다.
유전자 관련 의학은 그 가능성과 함께 위험성도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전체
검사로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본인은 건강 관리에 이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할 수 있고, 취직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다.
유전자 정보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기술만 발전한다면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진 원장은 “유전자 해독은 질병의 선천적, 후천적 원인에서 선천적 원인을
밝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예방할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