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뚱뚱하고 문란한 청소년 만든다
미 국립보건원, 173편 논문 분석해 종합 결론
비디오 게임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기며, TV 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는
비만, 흡연, 성적 문란 등으로 위험해질 확률이 높다는 종합적 결론이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예일대 의과대, 캘리포니아 퍼시픽 의과대 연구진들과
함께 1980년 이후 나온 ‘미디어 노출이 어린이와 청소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논문 173편을 분석했다. 그간 나온 미디어와 건강 관련 연구를 사실상 집대성해
분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들 논문은 대부분 미국에서 나왔고 텔레비전의 악영향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으며
비디오 게임, 인터넷 사용, 영화, 음악, 컴퓨터 등 미디어 문제도 다루고 있다.
연구의 4분의 3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청소년의 육체적 건강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종합적인 결론은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어린이일수록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뚱뚱해질 확률이 높고, 일찍 담배를 피우며, 일찍 성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디어 노출은 또한 약물과 알코올 남용, 부진한 학업 성적 등과도 관계가 깊었다.
그러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와의 관련성은 확실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문가들은 TV 프로그램, 영화, 비디오 게임 등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해 왔다. 한참 밖에서 뛰어
놀 어린이들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이 미치는 육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한 우려였다.
연구진은 한 연구를 인용해 “일주일에 8시간 이상 TV를 보는 3살 유아는 7살이
됐을 때 뚱뚱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미 많은 미국 어린이와 유아들이 TV를
8시간 이상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디어의 내용보다도 절대적인 노출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다.
미국 국립보건원 생명윤리학자 이제키엘 임마누엘 박사는 “미디어와 어린이 건강의
관계를 연구한 많은 논문들이 압도적으로 부정적 결과를 보여준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에 깊숙이 녹아 든 21세기 삶을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디어 노출 시간을 어떻게 줄이냐 하는 점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공동 연구자로 참여한 예일대 의과대 카리 그로스 박사는 “비디오 게임과 TV
등 미디어의 내용이 어린이의 태도와 신념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일례로
지난 11월 발표된 ‘성적인 내용의 TV 프로그램을 많이 본 청소년일수록 10대 임신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를 꼽았다.
미디어 노출과 성적 행동의 관련성을 다룬 14개 논문 중 13개는 성적인 미디어를
많이 접할수록 일찍 성 행동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연구는 미국 비영리단체 커먼 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의 보고서로
발표됐으며, 미국 방송 msnbc 온라인 판, 의학웹진 헬스데이 등이 2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