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21세기 대역병’ 옮기고 있다?
신종 세균, 1년만에 페루→타이완 전파
작년 미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세균이 이웃 타이완의 집쥐에서도 발견되는 등 쥐를
통한 ‘21세기의 대역병’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미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세균은 바르토넬라 로찰리매(bartonella rochalimae)라고
불리며, 쥐 벼룩에 의해 사람한테 옮겨진다. 이 박테리아가 침입하면 심장부터 비장(脾臟),
신경계에까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세균은 작년 페루를 3주간 여행하고 돌아온 미국 여성이 섭씨 38.9도까지 오르는
고열과 부어 오른 비장 등으로 입원하면서 발견됐으며, 여태까지 알려진 바르토넬라
세균 종류와 유전적으로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제인 콜러 박사 팀은 이 같은
발견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6월호에 발표했다.
타이완 국립중흥대학 창 차오친 교수 팀은 최근 쥐 58마리에 대한 보균 검사를
실시한 결과, 그 중 여섯 마리에서 다른 바르토넬라 박테리아와 함께 바르토넬라
로찰리매도 발견됐다. 세균이 발견된 6마리 중 5마리는 ‘집쥐’라고도 불리는 시궁쥐였다.
시궁쥐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쥐 종류 중 하나이며 하수구, 시궁창
등 더럽고 습한 곳에서 번식한다.
창 박사는 “번식이 빠르고 전세계에 퍼져 있는 쥐를 통해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신종 세균이 인간에게 옮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페루에 존재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세균이 어떻게 빠른 시간 안에 타이완까지 퍼졌는지 더 많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전염병 중 하나인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가 원인 세균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면서 병을 옮겼다.
14세기에 흑사병으로 약 7500만 명이 유럽에서 희생됐고, 최초의 흑사병 이후
1700년대까지 100여 번 흑사병 집단 발병 사태가 발생해 전 유럽을 휩쓴 바 있다.
창 박사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4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