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차이 구분 못하는 증세는 뇌회로 부실 때문
방사상 회 부위의 연결부위가 정상인보다 성겨
부시 대통령과 그의 흉내를 내는 코미디언의 얼굴 차이, 또는 김태희와 김혜수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단순히 정치나 연예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면인식장애
증상을 가진 것일 수 있다. 안면인식장애는 시력, 시각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안면인식장애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뇌 영상 촬영 결과 뇌
특정 부위의 회로 연결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 신경과학자 시부 토마스 박사는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여섯
명을 대상으로 안면 인식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뇌의 방추상 회(fusiform gyrus)
부분의 회로 연결 방식을 촬영했다.
일반적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는 정상인과 안면인식장애자 사이의 차이가
전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토마스 박사는 뇌의 서로 멀리 떨어진 부분 사이의 정보
전달을 알아보는 DTI라는 촬영방법을 사용했다.
그 결과, 방추상 회 부위를 관통하는 두 개의 연결다발에서 안면인식장애
환자의 경우 회로 연결이 매우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면인식장애 환자 뇌의
다른 부분에서는 이런 회로 연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또한 대머리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의 실험을 통해
방추상 회 부분의 회로 연결 정도에 따라 안면인식장애의 증세 정도가 심하거나 덜하는
등으로 달라진다고 발표했다.
토마스 박사는 “회로 연결이 부실하기 때문에 안면인식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대해서는 비판도 없지 않다. 영국 런던의 유니버시티대학 인식신경과학자
브래드 듀세인은 “이번 연구는 안면인식장애 연구에서 큰 진전인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 인식에는 최소한 6곳 이상의 뇌 부위가 관여하며, 그 중 하나에만 문제가 생겨도
안면인식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앞으로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안면인식장애는 후천적, 선천적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다. 후천성 안면인식장애는
일반적으로 얼굴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의 손상 또는 뇌중풍
등으로 발생한다.
반면 선천성 안면인식장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독일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을 연구 중이다.
안면인식장애를 연구하는 그룹이 만든 웹사이트 http://www.faceblind.org/facetests/ff/ff_intro.php에
들어가면 자신의 안면인식장애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주로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의
가공된 사진을 올려놓고 이름을 맞추는 방식이므로, 안면인식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은
들어가 자신의 상태를 측정해 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뉴러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영국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 등이 23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