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사' 송명근 200억 기부?…"글쎄?"
일부 의사들 “미묘한 시점 과잉홍보” 비판
2007년 말 ‘전 재산 기증 훈풍’을 불러일으켰던,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 ‘전재산 기부’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사실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송명근 교수는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5년 전 작성한 재산기증 유언을
다시 공개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200억 원이 넘는 전 재산 중 자녀의 결혼자금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내가 개발한 심장판막 보조장치 덕분에 갑자기 재산이
늘어 마음이 흔들릴지 몰라 쐐기를 박으려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개발한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CARVAR)’ 수술 기구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전 세계에서 수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메디닷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달랐다.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2007년 12월 7일 조선일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송 교수는 자신이 만든 의료기기가
날개 돋친 듯 팔려 200억 원의 수익이 생겼고 조만간 재산이 10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사이언씨티가 강원중소기업청(강원중기청)에
신고한 2007년 매출은 33억 원이었다. 신제품뿐 아니라 이전부터 판매하고 있었던
수입제품을 합쳐 20가지 의료기구의 총매출이었다. 이 경우 통상적인 수익은 3억~4억
원 정도다.
송 교수는 당시 인터뷰에서 미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수출 문의가 폭주했다고 밝혔지만 이 보도가 나간 지 11개월이 지난 2008년 11월
현재 수출액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중기청 관계자는 “사이언씨티가 베트남과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수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언씨티는 현재 해외규격인증을 받기
위해 중기청으로부터 인증에 드는 비용 70~80%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사이언씨티는 17일 코메디닷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매출 △수출액 △해외특허
등 CARVAR와 관련한 일체의 사항에 대해 회사 기밀이므로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특허 잔치?
또 2007년 12월 7일 기사에서는 CARVAR 수술기구와 수술법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특허를 받았다고 소개됐지만 지난 12일 송 교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한국,
일본, 러시아, 인도에서는 특허를 받았지만 정작 세계적 준거가 되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받지 못한 것으로 돼 있다.
송 교수에 비판적인 의학자들은 송 교수의 ‘과잉 홍보’가 특정 언론의 ‘영웅
만들기’와 결합한 해프닝에 온 국민이 위안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 교수의 미담은 지난해 12월 7일 조선일보의 ‘특종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200억원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합니다’ ‘재산 이렇게 늘 줄…200억
기부한 의사’ 등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송 교수의 미담을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송 교수는 기존의 대동맥 판막 수술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판막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부위를 고정시켜 판막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후 이 장비는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송 교수를 ‘아픈 심장뿐 아니라 그 심장 속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진정한 명의(名醫)’로 소개했다.
이후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 미담을 앞다퉈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특종보도
당일 밤 MBC TV 뉴스는 ‘현재 그의 재산은 200억 원대이지만 기술의 상품 가치로
따져보면 머지않아 재산이 1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송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인사가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의 표상’ ‘시대의 양심’으로 떠올랐으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현대자동차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왔으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송 교수가 제네시스의 타깃인 오피니언 리더의
모델’이라며 송 교수에게 최고급 세단인 ‘제네시스’ 1호차를 판매했다. 송 교수는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7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들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을 보면서 따뜻해졌다.
미묘한 보도 시점 논란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대체로 냉담했다. 일부는 격앙했다. 언론에 첫 보도된 당시는
송 교수가 개발한 CARVAR 수술의 안전성을 놓고 의료계에서 비판이 불거져 나올 때였고
송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CARVAR 수술의 보험 적용을 신청해 놓은 상태여서
송 교수의 순수성을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는 “의학 지식이 의료에 적용되려면 안정성과 효과 등에 대해 의료계의
숱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보다는 언론에 접근한 것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H대학병원 내과의 한 교수는 “한 의학상 수상자 후보로 송 교수가 거론됐는데
자문교수들이 격렬하게 반대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가 국내 첫 심장이식 성공 등 뛰어난 업적을 쌓은 대가이지만 최근의 행보로
이전의 업적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S대학병원 흉부외과의 한 교수는 “송 교수가 독특한 성격 때문에 다른 의사들과
부딪힌 점이 있지만 이를 떠나 열정 어린 선배로 존경했는데 최근 CARVAR 수술과
언론보도를 보며 실망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최근 지난해의 언론보도와 달리 당시 CARVAR와 무관한 기존재산이 200억
원 이상이었으며 이를 기증하겠다는 뜻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CARVAR와 상관 없이 이미 개인재산은 200억 원 정도 된다”며 “CARVAR로
버는 돈은 200억 원에 더해지는 돈이며 나중에 돈을 벌게 됐을 때 그 돈 때문에 스스로
거기에 묶이기 싫어 재산을 다 내놓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 송 교수가 이미 기부한 것으로 오해
지난해 언론 보도에서는 송 교수의 기존 재산이 40억 원이었고 의료기구 수익으로
2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돼있다. 송 교수는 지난해 대부분의 언론에서 동일한 보도가
나갔지만 이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어 일반인들은 △수술기구가 국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는 송 교수가 일정액을 기부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까지
하다.
그는 또 지난 6일 열린 흉부외과학회에서 CARVAR 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공격 당하자
“혹시라도 돈벌이 하려고 했다고 생각할까 봐 개인재산을 포함해서 전 재산을 공증해서
보냈다”며 “전 재산을 다 내놨고 CARVAR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가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교수는 “당시 모든 언론에서 송 교수가 의료기기 수익을 기부한다고
보도했다”며 “생기지도 않은 돈을 기부하겠다고 한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기부는 자신이 번 돈을 차곡차곡 실행할 때 의미가 있으며 송
교수는 미묘한 시점에 ‘언젠가 기부하겠다’고 말했을 따름이지 아직 기부하지 않았다”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미래의 재산 기부를 남발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의사는 수술에 집중해야지. 환자 가족인데 후회막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