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세균이 와인 맛 살린다
세균이 황화학물 향기 살려
‘현대 와인 양조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양조학자 에밀 페이노는 “쇼비뇽
블랑 그레이프를 한 모금 마셨을 때는 오직 싱거운 맛만 나지만 20~30초 후에는 입의
뒷부분에서 향긋한 와인의 향기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노의 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와인이나 양파, 피망
같은 특정 음료나 야채의 맛이 입 속의 세균에 의해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스위스 향료회사인 퍼메니시의 크리스티안 스타르켄만 박사 팀은 음식의 맛이
향기에 의해 더 풍요로워지는 ‘향기회귀(retroaromatic)’ 현상을 규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와인, 양파, 피망 같은 향기회귀 음식에는 ‘티올’이라는 물질 있으며 이
물질이 ‘시스테인 황 결합물’ 물질로 변하면서 콧구멍 속 후각조직을 자극한다.
연구진은 30명의 미각테스트 전문가들에게 포도, 양파, 후추 등을 먹게 한 뒤
맛의 변화를 기록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맛을 본지 5초 만에 음식을 뱉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티올, 20~30초 뒤에는 시스테인 황 화합물의 향기를 맡았다. 티올의 향기는
몇 초 뒤에 사라졌지만, 전문가들은 길게는 3분 뒤 이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어서 침의 성분을 분석했다. 이들 향기를 내는 물질을 보통 침과 섞은
것은 24시간 내에 침 성분의 80%가 분해됐다. 그러나 이들 향기 물질을 살균한 침과
섞었을 때에는 침 성분의 15%만이 분해됐다. 침 속에 있는 세균이 향기물질의 분해에
관여함을 간접 입증한 것이다.
스타르케만 박사는 “침 속의 세균이 티올을 퍼뜨려 후각을 통해 맛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연구는 음식의 맛을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농업과 식품 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최신호에 실렸으며 미국 방송 폭스뉴스,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