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의사는 수술하면 안 되나요?”

정년퇴직한 60-70대 의사, ‘두번째 의료인생’ 만개

“70대 의사는 수술하면 안 되나요?”한국인 평균 수명은 올해 79.1세로 OECD 회원국 평균 수명인 78.9세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은퇴 뒤에도 젊음을 유지하는 노인이 많다. 대학병원에서

정년 퇴직한 교수도 마찬가지. 한 평생 대학병원에 몸담으며 교수로서, 의사로서

역할을 다하고 은퇴하는 나이는 60대 중반. 노 교수라고 부르기 무색할 만큼 능력과

열정이 충분한 나이다. 이들은 꾸준한 건강관리로 오랜시간 집중력과 정교함이 필요한

어려운 수술도 거뜬히 해내는 능력도 여전하다.

의학적 성과를 거두고 정년퇴직한 뒤 또다른 병원에서 제 2의 병원 생활을 시작하는

노교수들을 ‘골든닥터’라고 부르기로 하자. 연령층으로 봐서야 노년층을 의미하는

‘실버’가 더 어울리는 단어겠지만, 환자와 후배의사들의 존경, 풍부한 임상경험과

학문적 업적, 아직도 불타오르는 그들의 열정을 ‘골든’이라는 단어에 담았다.

코메디닷컴은 한 평생 몸담은 대학병원을 나선 뒤 또다른 의료현장에서 후배와

환자를 이끌며 명의로 인정받는 ‘골든 닥터’의 식지 않는 의학 열정을 6일부터

소개한다.

아직 젊다, 골든닥터의 노익장

매년 수 십 명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교정을 떠난다. 예전에는 정년퇴직 뒤 여생을

봉사활동이나 여행, 취미활동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 건재함을 과시하는 노교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한 은퇴의사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0세 이상 의사는 1만3621명으로 이 가운데 60대는 64.2%, 70대는

35.6%, 80대 이상은 0.2% 였다.

특히 질문에 응답한 의사 1000여 명 중 62.5%가 은퇴 후 재취업을 희망했으며

대부분이 진료나 검진 등 의료계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사업단의 이상구 책임연구원은 “의사면허는 취득 순간부터

평생 보장되므로 은퇴 시기가 따로 없지만 일반적으로 의대교수나 봉직의가 65세에

퇴직하므로 65세를 은퇴 시기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며 “대부분의 의사들은 은퇴

후에는 개원을 하거나 공중 보건 단체 등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을 3년 앞둔 한 대학병원 교수는 “50대 때만 해도 퇴직하면 여행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지만 은퇴시기가 가까워오면서 마음이

달라진다”며 “30년 넘게 해온 일을 하루 아침에 쉽게 놓을 수 없으니 퇴직 뒤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에서 일하며 틈틈이 여가를 즐기는 삶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퇴 뒤 새 병원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과 지식으로 후배 의사와 환자의

존경을 받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병원은 병원대로 골든 닥터를 통해 병원의 전문화 특성화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어 좋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척추센터의 석세일(76) 소장은 10년 전 서울대병원을 정년

퇴직했지만 아직까지 척추변형 수술의 권위자로 통한다. 고난도의 실력에 체력까지

요구되는 척추 기형 수술을 거뜬히 해내며 매년 논문도 10여 편씩 발표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의학 교과서에 ‘세계적 뇌혈관 수술 의사’로 소개됐던 신경외과 이규창(70)

교수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퇴직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을 거쳐 올해

관동의대 명지병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뇌 혈관 분야 중에서도 뇌동맥류 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이 교수는 수술에 지장이 있을까봐 술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정년이 사라지는 미국 의료계

미국 대학병원에는 정년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정년을 앞둔 교수들은 정년을

5~6년을 앞두고 병원이나 대학과 재계약을 한다. 재계약을 통해 근속 연수를 보장받는

대신 연봉을 낮춘다. 이들은 연구와 진료 등 업무 성과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방출 될 수 있다.

이 같은 미국 시스템은 모교 병원이 아닌 여러 대학병원을 3~5년에 한 번씩 돌면서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순환제 정착을 기반으로 한다. 한 병원에서 평생 근무하며

보직과 명예, 전통을 중요시 하는 한국에서는 쉽게 정착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한편 정년 퇴직 뒤의 활동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선 “간판 스타를 내세우려는

병원 측의 마케팅에 이끌려 의료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보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

또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는 게 더 낫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골든닥터만이 갖고 있는 연구 실적과 경험이 은퇴와 함께 묻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손해라는 견해도 있다.

유방암 권위자로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 병원장을 역임하고 은퇴한 뒤 현재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명예원장으로 재직 중인 이경식(71) 교수는 “은퇴 뒤 여행을 좋아하면

여행을 하면 되고, 일을 좋아하면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냐”면서

“일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은 여력이 있을 때 활동을 하는 게 자신과 사회를 위해

좋다”고 말했다.

골든닥터 활용할 사회 시스템 갖추자

골든닥터의 활동을 가로막는 벽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없다.

은퇴 뒤 현직에 남고자 하는 의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소외 계층이나 지방 등에 고급 인력을 공공기관의 지원으로 보내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학회 감사인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신경외과 김국기 교수는 “수많은 임상경험을

갖고 있고 기초의학에 공헌한 인력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며 “은퇴

후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참여 의지가 있는 의사들을 의료기관이나 건강보험

심사, 의료인 윤리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알립니다

코메디닷컴은 골든닥터 추천을 받습니다. 정년 퇴직 뒤에도 활발히 의료활동을

펼치며 모범이 되는 의료계 인사를 알고 있는 분은 02-2052-8200 또는 crystalso@kormedi.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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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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