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자녀들 배곯는 경우 많다
미 조사, 식료비 쓸 돈을 담배 구입에 사용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 위기로 저소득층의 실직-경제난이 예고된 가운데,
흡연자가 있는 가정에서 자녀들이 부모의 흡연비 지출 때문에 영양 부족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의대 소아학과 과장 마이클 와이츠만 박사 팀은 미국 내 8817 가정의
흡연자 여부와 영양 상태, 수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집에 음식이 부족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배고픈 상태로 잠드는 아이의 비율이 흡연자 가정의 경우 17%에 달한
반면, 그렇지 않은 가정은 8.7%에 불과해, 두 배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집 안에 먹을 것이 없어 끼니를 건너는 상태를 ‘음식 불안정’
상태라고 규정한다. 음식 불안정 개념은 1990년대 미국 농무부가 정한 것으로, 부모가
충분한 음식을 공급할 수 없어 식사를 건너 뛰거나 배고픈 상태에서 잠 드는 경우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음식 불안정’ 때문에 영양 결핍을 보이는 어린이의 비율은 흡연자 가정에서
3.2%에 달하는 반면, 비흡연자 가정에서는 0.9%여서, 더욱 큰 차이를 보였다.
음식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면 어린이는 철분 부족과 빈혈증에 걸리며,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행동장애, 사회장애를 일으키는 비율이 높아진다.
와이츠만 박사는 흡연자 가정에서 음식 불안정 비율이 훨씬 높은 이유를 “흡연자
가정은 소득의 2~20%를 담배 구입에 지출하면서 영양가 높고 질 좋은 음식을 충분히
사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담배 값은 한국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흡연자 또는 흡연량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영양
불안정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와이츠만 박사는 전망했다.
심각한 ‘음식 불안정’ 흡연자 가정에서 3배
가정 경제 형편이 어려워지면 부모들은 우선 자신이 먹는 양을 줄이고 그래도
안되면 자녀들의 음식 비용을 줄인다. 성인이 음식 불안정 상태에 놓인 경우도 흡연자
가정에서 26%로, 비흡연자 가정의 12%보다 훨씬 심했으며, 심각한 음식 불안정 비율은
흡연자 가정에서 세 배나 높았다.
전문가들은 담배 소비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세금을 올리는 것이지만, 흡연은
포기하기 힘든 탐닉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세금 인상으로 담배 값이 오르면 오히려
가정의 음식 구입비 지출이 더욱 삭감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일부에선 흡연자에게 의사가 금연을 권하지 않아 환자 본인 또는
가족에게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의사를 진료 태만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소아 청소년 의학지(Archives of Pediatric Adolescent
Medicine)’ 11월 호에 발표됐으며, 미국의 의학 웹진 헬스데이, 메드페이지투데이
등이 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