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어린이도 “금융위기 때문에 골치”
정보홍수가 ‘세계 고민’ 연령을 낮춰
10~11살 어린이의 30%가 세계 금융위기의 불안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80%는 현대
세계의 빠른 흐름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를 휩쓰는
금융위기와 실직걱정이 어린이의 동심까지 물들이는 현상이다.
연구를 주도한 사회 활동가 사라 오그레이디는 8~15살 어린이에게 현재의 삶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그러자 응답 어린이 55%는 ‘우리가 겪는 세상이 부모가
겪은 것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 대답했으며, 25%는 ‘어른들은 우리의 걱정
거리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심리학자 애릭 시그만은 “과거에는 세계적 이슈에 대한 걱정을 어른이 될 때까지
보류해도 됐지만 지금은 고민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 유년기까지 침범하고 있다”며
“많은 어린이들이 가족, 친구, 학교와 같은 삶의 ‘이쪽’보다는 TV 또는 인터넷을
통해 노출되는 미디어 속의 ‘저쪽’ 세상에 너무 노출되면서 현실이 주는 스트레스를
과거보다 더욱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세상 걱정을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아이 되기’였다.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놀고 싶어하고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도 했다.
부모에 대한 조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시오반 프리가드는 “이번 연구는 현대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해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반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너무 적게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오반은 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부모들은 컴퓨터
게임이나 디자이너 옷 등을 사 주지만, 아이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부모,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IMF 외환 위기 때 한국인들이 경험했지만, 경제 불황은 오히려 가족 간의
유대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도 된다. 시오반이 자신의 웹사이트 회원 5만2000 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한 ‘내 아이의 두려움을 물리치고 행복과 건강을 키우는 방법’
7가지는 다음과 같다.
△ 아이의 말에 귀를 열고 눈을 맞춰라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으면 고민에 빠진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그들의 얘기를 듣도록 노력한다. 그냥 “걱정 있으면 말해”라고
하면 애들은 입을 다문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하루 동안 아이들에게 일어난 좋은
일과 나쁜 일, 고민거리 등을 묻는다.
△ 잠들기 전 10분은 가장 좋은 대화 시간
불을 끈 채 낮은 조명 아래서 아이의 침대에 걸 터 앉아 얘기하면 아이들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학교에서 때린 아이나 시험에 대한 걱정처럼 평소 안 하던 얘기가
튀어나올 것이다.
△ 공동전선을 형성한다
어린이는 아무리 어려도 집 안의 걱정과 긴장을 금방 알아챈다. 엄마와 아빠의
의견이 일치해야 아이들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불화는 어린이를 긴장시키므로 걱정거리는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해라. 큰 일을 숨길 수 없다면 아이들이 배제됐다고 느끼지
않도록 일부 얘기해 주는 게 좋다. 알 수 없고, 설명되지 않은 위기의 분위기는 아이들을
질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 아이의 스트레스에는 운동 만한 게 없다
일요일 오후마다 아이를 수영장에 데리고 가는 게 귀찮더라도 일단 가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운동 뒤엔 몸에서 엔도르핀이 나와, 기분이 자연스레 고조되고
걱정거리를 시야에 뚜렷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해롭다. 방과 후
활동이 지나치면 지친다. 애들도 편안히 쉴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라.
△ 돈 아끼며 즐겨라
많은 돈, 비싼 컴퓨터 게임이 당신과 자녀에게 행복을 주진 않는다. 공짜 레저를
즐기자. 꽉 막힌 집을 벗어나, 자동차 키는 집에 놔둔 채 야외로 산보를 나간다.
맑은 공기 아래서 하는 멍청한 게임은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스트레스를 박살내는
좋은 수단이다.
△ 일주일 하루는 정전일
일주일에 하루 저녁 정도는 전기 없는 날을 만든다. 스트레스 수치를 높이는 컴퓨터-TV를
모두 끈다. 그리고 식탁 등불 아래서 카드 놀이 같은 게임을 한다. 보드 게임은 금방
전원에게 웃음과 행복을 줄 것이다. 당신의 아이가 아주 재미있는 타입이라는 사실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 세계의 일부를 느끼게 해준다
세계의 고민을 느끼는 것은 성장의 한 과정이다. 그런 고민은 다른 사람의 문제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 단 뭔가 긍정적으로 집중할 일거리를 줘라. 자선단체에
보낼 옷, 장난감을 모으게 하면, 세계의 나쁜 일에 대해 그들이 뭔가 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이 연구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 데일리 레코드 온라인 판 등이 3일
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