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 자녀’ 보호엔 할머니 손길이 최고
할머니에 맡겼을 때 유아 부상률 절반으로 낮아져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를 할아버지-할머니의 보호에 맡기는 것이 전통적인 한국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할아버지-할머니가 애들 버릇을 망친다’는 지적도 있고, 또 ‘어린이 놀이방 등에 맡기는 것이 애들 지도와 교육에 더 좋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비율이 한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미국에서 오히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녀를 맡기는 것이 자녀 안전에는 최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다.
세계 최고의 의과대학 중 하나인 존스 홉킨스대학의 공중보건대학 데이비드 비샤이 박사 팀은 1996~97년 미국 도시 15곳에서 새로 태어난 유아 5565명이 생후 30~33개월이 될 때까지의 유아 부상률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할머니한테 유아를 맡겼을 경우의 부상 발생률은 놀이방 등에 맡겼을 때보다 훨씬 낮았다. 다른 친척보다도 할머니가 유아를 가장 잘 보호했다. 전체적으로 조부모에게 유아를 맡겼을 때 유아의 부상률은 다른 방법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비샤이 박사는 “할머니들이 현대식 안전 조치를 잘 모르고 안전 수칙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에게 유아를 맡기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할머니가 가장 안전한 보호자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부모의 결혼 상태, 아버지의 동거 여부도 유아의 부상률에 영향을 미쳤다. 결혼식 없이 동거하는 가정의 유아 부상률은, 부모가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가정보다 훨씬 높았다. 서구에서 성행하는 ‘결혼 없는 부부’ 형태가 자녀 부상을 늘린다는 결론이다.
아버지가 함께 사느냐도 중요했다. 아버지가 동거하지 않는 가정의 경우 유아가 부상 당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에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며 ‘기러기 아빠’가 넘쳐나지만, 아버지 없는 양육-교육은 이득만 있을 수는 없다는 반증이다.
가족구조와 유아 부상의 이러한 상관 관계는 가정의 경제 형편과는 상관없이 관찰됐다. 즉 부모의 수입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결혼 여부, 아버지의 동거 여부가 자녀 보호에 중요했다.
이 연구 결과는 '소아과학(Pediatrics)' 11월호에 게재됐으며 미국 의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의학 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이 3일 보도했다.
‘사회의 개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제 한국에서도 ‘아이를 돌봐 주는 조부모’ 사례는 급속히 줄어드는 형편이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에게 할머니-할아버지의 사랑과 보호를 전해 주면서도, 할머니-할아버지의 행복권도 추구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