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들, 천식환자 위해 뛴다
GSK 장덕환 본부장과 직원-교수, 1km에 5천원씩 기부
자신과의 싸움이다. 달리고 헤엄치고 페달을 밟다 보면 숨을 쉬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이 온다. “헉 헉”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새삼 깨닫는다. “내 고객도 이런
고통을 견디는구나.”
제약사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세레타이드 팀의 장덕환(47) 본부장. 그의 본업은
천식 환자에게 천식 약인 세레타이드를 판매하는 일이지만 취미인 철인 3종 경기로
이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천식환자를 위한 GSK 매칭 펀드’라고 이름 지어진 이 사업은 GSK와 (사)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가
공동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4년 전부터 장 본부장이 혼자 해오던 일에 지난해부터
협회-기업의 협력이 추가되면서 최근 탄력이 붙고 있다.
장 본부장은 “2004년 건강을 위해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면서 제 나름의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개인 돈으로 1년에 50만 원 정도를 사내 봉사 단체에 기부해 왔다”며
“이 일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회사가 자금을 지원하는 매칭 펀드(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 측이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방식)로 확대돼 지금은 철인 3종 경기에 동참하는
동료-지인과 기부 금액이 모두 늘어났다”고 말했다.
교수까지 ‘철인의 봉사’에 합류
천식 환자를 위한 GSK 매칭 펀드는 GSK사 직원들이 국내에서 공인된 마라톤과
사이클 경기 등에 참가해 완주하면 회사 측이 완주한 거리 1km 당 5000원씩의 기금을
천식협회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첫 도전의 주인공은 장덕환 본부장과 사내 철인 3종 경기 동호회 회원인
세레타이드 팀의 유정암 과장이었다. 두 철인은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에 출전해
수영 3.9km, 마라톤 42.l95km, 사이클 182km 등 총 226.295km를 완주했다. 이에 회사는
1인당 133만 원씩 226만원을 천식협회에 전달했다.
두 번째 도전 대상은 올해 열린 제주 국제 철인 3종 경기. 같은 팀의 최원석 팀장까지
합류해 3명이 나란히 완주했고, 회사 측은 339만원을 천식 협회에 기부했다.
장 본부장은 “226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헤엄치고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 순간
숨도 쉬지 못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극한의 순간이 오지만, 그럴 때마다
‘내 고객인 천식 환자도 호흡 곤란 때 이런 고통을 겪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결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천식협회 회원인 장석일 성애병원장(천식협회 사무총장),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상헌 교수,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주 교수 등 의사 3명도 철인의
완주를 기념해 각자 자기 돈 113만 원씩을 쾌척해 총 339만원을 천식협회에 기증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조상헌 교수는 “천식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 직원들이 스스로 건강도 도모하면서
환자 돕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교수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부 문화가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엔 더욱 많은 직원이 도전할 계획
철인 3종 경기는 세 가지 종목을 17시간 안에 마쳐야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있다. 장 본부장은 올해 15시간 50분 만에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
‘장덕환과 철인들’은 새로운 도전을 계획 중이다. 내년 3월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철인3종 탄생 25주년 기념 경기에 나서 기록을 더욱 단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헬스클럽에 들어선다. 내년 철인 3종 경기에는 GSK 사원
다수가 참가해 사랑의 기부액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장 본부장은 “내 건강도 챙길 겸 고객도 도울 겸 시작한 일이었는데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가슴 벅차도록 보람도 느낀다”며 “내년에는
더욱 많은 직원들이 철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