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조기검진 오진율 최고 50%
“안해도 될 유방절제술 시행 사례 많다” 지적
유방암에 대한 조기검진은 거의 상식이 돼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유방암
조기검진으로는 생명을 살리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오진율이 20~50%에 달하면서 여성에게
공포심만 높이고, 예산만 낭비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 등록 환자는 현재 약 1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3배나 늘어났고, 매년 10~1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유방암이 국내 여성 암 1위를 차지하면서 정기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났고 유방암
발견률도 높아졌다. 국가 암 조기검진 사업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2~06년
5년간 한국 여성의 유방암 조기 검진률은 14.7%에서 26.5%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과 재건수술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 평가다.
세계적으로도 유방암에 대한 치료는 성공적이다. 지난 30년간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0%에서 현재 80%까지 높아졌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오진 비율이 높고 소중한 신체 부위를 오진으로
잃을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최근 유방암 검진프로그램에 대해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과 ‘불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의 두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영국 런던대 외과
명예교수인 마이클 바움 교수와 킹스 대학병원 방사선과 마이클 미쉘 박사가 그 주인공들.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조기검진의 사망자 감소효과 거의 없다”
먼저 지난 40년간 유방암 수술과 유방암 치료 약물인 타목시펜 연구를 이끌어
온 영국 런던대 외과 명예교수인 마이클 바움 교수는 유방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방암 조기검진 캠페인은 유방암으로 사망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면서
많은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며 “10년간 유방암 조기검진에 빠짐없이 참가한
1000명 중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을 건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만 봐도 현재의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얼마나 낭비 요소가 많은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영국 여성의 경우 매 3년에 한번 조기검진에 참여하도록
돼 있지만, 이 정도의 검진 간격으로는 급성으로 진행되는 유방암을 미리 발견하고
생명을 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바움 박사는 “매년 조기 검진에 사용되는 엄청난 예산을 차라리 유방암 치료
연구로 돌리고, 각 여성은 자기진단을 통해 유방의 이상을 확인하도록 하면 훨씬
큰 생명 살리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프로그램에 자신이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바움 박사는 또한 높은 오진율도 지적했다. 영국 의약 임상실험 연구단체는 유방암
조기검진에서의 오진율이 20~50%나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움 박사는 “간단히 말해, 조기검진에서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 4명 중 1명은
유방암 때문이 아니라 다른 요인으로 사망한다”며 “이런 경우 부검을 실시한 병리학자는
‘이 환자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야 하지만, 대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이 진행될 것을 우려해 그러지 못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유방암 검진률이 높아졌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유방암’을 잡아낸 것이 아니라, ‘그냥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 이상’을 유방암 초기로 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조기검진에서의 오진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안 해도 될’ 유방절제술이
적용될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고 바움 박사는 지적했다. 그냥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 요인을 발견했을 때라도 의료진은 대개 “떼어내야 한다”고 진단하기 쉽고,
결과적으로 부분 절제만 해도 될 경우에 유방 전체를 떼어내는 절제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지적이었다.
바움 박사는 “유방암에 대한 모든 진실이 여성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여성을 유방암 공포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를 주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늘어나는 유방암 잡는 데는 조기 검진이 최고”
찬성론자로 나선 마이클 미쉘 박사는 런던유방검진프로그램 이사이자 영국 킹스
대학병원 방사선과에서 25년간 유방암 환자를 치료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1900만 명이 조기검진에 참가해 2만5000여명이 조기 진단을 받음으로써
유방암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미쉘 박사는 “나는 내 아내에게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늘 권해 왔다”며 “생명을 지켜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유방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라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사례를 거의 볼 수 없는 것도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조기검진을 통해
초기 암을 잡아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움 박사는 10년간 빠짐없이 조기검진에 참가한 결과로 유방암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사람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한 명의 생명은 귀중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가진단으로 충분히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손가락으로
초기 암을 잡아낼 수 있다면 왜 우리가 많은 돈을 들여가며 조기검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겠느냐”고 물었다.
조기검진에서의 오진율과 그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유방절제술이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쉘 박사는 “유방성형술이 발달한 요즘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여성성이 상실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조기검진에서 초기 암 진단을 받은 여성
중 부분절제 수술을 받는 경우가 70%에 달하며 유방 전체 절제술을 받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미쉘 박사는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유방암 발병률은
계속 높아져 왔으며, 발병 연령대도 폭넓어지고 있다”며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최고 무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방 촬영술만으로는 초기 암 잡을까?
이런 논란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유방센터 문병인 교수는 “오진이 많다고 하기에는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며 “다만 대부분의 국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은 유방 촬영술에
그치기 때문에 암인지 아닌지 확실히 구분해 내기 어렵다는 단점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유방센터 노동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유방암 검진을 통해
유방암 조기 사망률을 10%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실제로 지난 10년간 조기
사망률은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바움 교수가 지적한 ‘안 해도 되는 유방절제술’은 조직검사에서
오진이나 과잉진료가 있었을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조직 검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