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한두잔 포도주는 태아에 이롭다?
‘임신 중 금주’ 원칙 뒤엎는 새 연구결과 발표
임신부와 술은 지금까지 천적으로 알려져 왔다. 임신부가 음주를 할 경우, 알코올
성분이 태아에게 전달되면서 태아에 얼굴 기형, 작은 키, 인지-학습 능력의 저하,
성장 뒤 약물중독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신부가 일주일에 포도주 한 잔 정도의 아주 가벼운 음주를 한 경우 태아에게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자녀의 행동-지적 능력이 더 좋았다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런던 대학교 켈리 박사 팀은 현재 3살인 아이 1만 2500 명의 발달 상태와
그 아이 엄마의 임신 중 음주 습관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에 참가한 엄마들은 임신 중 음주 여부를 토대로 네 그룹으로 나뉘었다. 125ml
포도주 한 잔을 기준으로 △참가자 3분의 2는 술을 끊은 ‘금주 그룹’이었고 △29%는
주 1~2잔 정도 ‘가벼운 음주’를 △6%는 주 3~6잔의 ‘보통 음주’를 △2%는 주 7잔
이상의 ‘과도한 음주’를 했다. 125ml 포도주 잔은 시판되는 소형 우유팩(250ml)의
절반 정도다.
조사 대상 엄마들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3살이 될 때까지의 행동-인지 발달 상황을
검토한 결과, ‘가벼운 음주’를 한 엄마 그룹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금주 그룹’의
자녀들보다 품행 문제가 40%나 적었으며, 과잉행동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도 30% 적었다.
‘가벼운 음주’ 그룹에서 태어난 남자 아이는 ‘금주 그룹’의 아이들보다 어휘력이
더 좋았으며, 색깔-형태-글자-숫자를 더 잘 구별했다. 여자 아이들은 정서적 장애
증후군 발생이 30% 적었고, 친구 사이의 문제도 적었다.
‘과도한 음주’ 그룹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금주 그룹’의 자녀들보다 인지-행동
발달에서 여러 문제들을 노출해, 과도한 음주는 분명히 태아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켈리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는 임신 중 음주량만을 측정했을
뿐 각 가정의 경제-사회 지표는 참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벼운 음주 그룹’의
경우 경제적으로 더 유복한 계층이기 때문에 임신 중 가벼운 음주를 할 기회가 많았고,
가정형편 때문에 자녀들의 인지-행동 발달 상황이 더 좋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임신 중에는 완전히 금주해야 한다는 기존의 지침은 틀릴
수도 있음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그간 임신 중 음주에 대해선 일부에선 “완전 금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선 또 “임신 뒤 첫 3개월 동안은 금주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가벼운 음주를
해도 된다”는 등 여러 주장이 엇갈려 왔다.
따라서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임신부들에게 좀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켈리 박사의 연구 결과는 지적했다.
이 연구는 ‘국제 유행병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게재되었고, BBC 뉴스, 메디컬 뉴스 투데이 온라인 판 등이 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