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사 사회활동에 협의체 마련 필요”
의사협 공청회 “민관 협력으로 돌파구 찾자”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도)가 30일 주최한 ‘은퇴 의사의 사회참여를 통한 의사
인력 활용 방안’ 공청회에서 은퇴 의사 활용에 대해 정부와 의협 사이의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의협은 정부로부터 보수-처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길 기대했으나,
정부 측은 “옆에서 지원할 수는 있지만 정부 주도 사업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 건강정책과 손영래 서기관은 “정부는 은퇴한 인력의 사회 참여는
찬성하지만 은퇴 의사 활용 방안을 관 주도로 추진할 수는 없다”며 “다만 관련
단체가 만들어진다면 그 단체를 지원하고, 의사가 부족한 지역-기관의 명단을 제시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에 나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무상 원장은 “중요한 것은 보수와 거리”라며
“가장 인력이 부족한 곳은 어디고, 보수는 얼마라고 생각하느냐”고 정부 측에 물었다.
이에 손 서기관은 “보수 체계는 시장원리에 따라야 한다”며 “은퇴 의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프로젝트 참여, 연구개발(R&D) 평가 위원 등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상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은퇴의사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은퇴 뒤 보수 수준에 대한 조건으로 의사들은 ‘월 보수 300만원,
보건소 근무, 주 3회 근무’를 가장 선호했다. 그러나 ‘무보수로 일할 수도 있다’는
응답도 2위를 차지했다.
한편, 은퇴 의사를 고용할 수요자 측인 공공 의료기관은 설문조사에서 은퇴 의사에게
보수를 줄 수 없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상구 책임연구원은 “예산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공공 의료기관 입장에서
고액으로 알려진 의사 연봉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며
수요자 측 입장을 대변했다.
태안군 보건의료원 허종일 원장은 “농어촌 공공 의료기관이 지급하는 보수는
도시와 비교해 크게 열악하진 않지만 일의 강도가 매우 높아 의사 충원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지방의 열악한 환경과 은퇴 의사의 조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보조
내지 실비 지급 정도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노인인력개발원 강성추 원장도 “은퇴 의사들이 바라는 월 보수는
통상적인 노인 구직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그러나 고급 인력인 은퇴 의사의
활용은 바람직하므로 시니어 클럽 같은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노인 일자리 창출 전문기관인 시니어 클럽은 지역을 기반으로 62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는 직능을 기반으로 한 시니어 클럽도 2곳이 포함돼 있다.
이번 공청회를 주제한 지제근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정년 퇴임 뒤 계속 사회
활동을 펼치고자 하는 의사들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공청회를 통해
분명해졌다”며 “퇴직 의사를 위한 시니어 클럽 등 협의체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