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보며 사는 아이 날씬하다
야외활동 기회 많기 때문 … 회색지대 어린이는 뚱보 많아
똑같이 도시 지역에 사는 어린이라도 주변에 공원, 공터 등 ‘녹색 공간’이 많을수록
비만도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의 제니스 벨 교수 팀은 도시 지역의 흑인 어린이 3800여
명을 대상으로 2년간 체질량지수(BMI, 비만도 측정 지표) 변화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파악한 거주지 주변의 녹색 공간 양과 비교했다.
조사 대상 흑인 어린이들은 대개 가난한 지역에서 2년간 이사를 하지 않고 산
경우만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녹색 공간의 비중이 높을수록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체질량지수 증가율이 낮았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녹색 공간이 거의 없는 지역의 어린이들이 길가
또는 집안에서 노는 것과 달리 주변에 공원, 운동장, 숲 등이 풍부한 지역의 어린이들은
밖에 나가 뛰어 놀거나,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저절로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어린이 비만은 2형 당뇨, 천식,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심리적 고통 등 2차적
질병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성인이 됐을 때 비만, 심혈관 질환, 고혈압, 뇌중풍
등의 위험을 높인다.
벨 교수는 “과거 성인을 대성으로 한 연구들에서 녹색 공간이 많을수록 비만도가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수술 후 회복 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여러 장점이
밝혀졌다”며 “이번 연구는 녹색 공간과 어린이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최초의 연구로,
녹색 공간이 많을수록 어린이의 인지 기능이 향상되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증세도 줄어드는 등 여러 좋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부 신도시 등을 제외하고는 도시 지역의 녹색 공간의 양이 현저하게 적은 한국의
현실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도시 공간
설계자들이 이러한 연구 결과를 도시 공간 조성 때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예방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12월 호에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 의학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9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