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구분’ 능력따라 외국어 실력 갈린다
사람마다 뇌기능 달라 … 같은 노력해도 결과 판이
이른바 ‘원어민 발음’을 잘 구사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뉴욕을 아직도 “뉴뇩”이라
발음하고, 한국어 냄새가 풀풀나는 영어발음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도대체 왜 발생하는 것일까. 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소리를 감별하는
능력 자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렇게 외국어 발음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셀로나대의 베고냐 디아스 박사 팀은 모국어는 스페인어지만 바르셀로나대학에
진학함으로써 바르셀로나 지역의 언어인 카탈로니아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학생 126명을 연구 집단으로 채택했다.
카탈로니아어에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특히 알아듣기 힘든 몇 가지
모음이 있다는 사실에 연구진은 착안했다.
연구진은 126명의 피실험자 중 특히 카탈로니아어 습득 능력과 아주 뛰어나고(고성취
그룹) 아주 열등한(저성취 그룹) 31명을 추려내 이 두 그룹의 차이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연구진은 소리에 따른 뇌의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언어가 아닌 다양한 소리의
조합을 만들어 들려주면서 피실험자들의 뇌 전자파 반응을 측정했다.
인간의 뇌에는 ‘다른 소리 구분하기’(mismatch potential) 능력이 있는데, 특히
고성취 그룹에서 이 능력이 뛰어났다.
언어습득 고성취 그룹은 외국어뿐 아니라 모국어에서도 미세한 소리의 차이를
잘 찾아냈고, 약간씩 다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다른 소리 구분하기’ 관련 뇌 전자파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사람에 따라 외부의 소리를 구분해 내는 뇌의 능력이
다르고, 소리 변화에 민감한 뇌를 가진 사람일수록 외국어의 소리를 구분해 내고,
또 이를 자기 입으로 발음해 내는 능력이 뛰어난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디아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 따라 앞으로 각 개인의 ‘다른 소리 구분하기’
능력을 뇌 전자파 테스트를 통해 미리 확인하고, 그에 따라 외국어 공부에 특기를
가진 사람을 가려내거나 또는 각 개인에 맞는 최적 프로그램을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른다면 외국어를 잘 배우고 잘 구사하는 사람은 다른 무엇보다도
‘소리 차이 구분하기’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데, 그렇다면 국제고 등의 전형에서
성적 등을 보지 말고 오로지 뇌 전자파 검사를 통해 외국어 공부에 전념할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의 결과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데일리 등이 2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