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코앞이라 ‘집중력 약’ 먹겠다고?
자살충동 등 부작용 심각…남용은 곤란
집중력을 높여 시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약이 있다면 누구라도 솔깃할 것이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0일도 남지 않은 수험생들이 이런 유혹을 떨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 동네병원에는 수험생 자녀를 위해 페니드, 콘서타 등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처방해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밀려들고 있다. 이 약들은 전두엽(이마엽)을
자극해 집중력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살충동을 비롯한 심각한 부작용도 있어
남용돼서는 안될 약이다.
ADHD 치료제는 염산메칠페니데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며 오리지널 약의 상품명이
‘리탈린’이다. 우리나라에서 메타데이트, 콘서타, 페니드 등의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올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 복용을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식약청은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며 ADHD 치료제의 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ADHD 증상 중 6가지 이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때에만 ADHD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학부모들은 이 약이 시험성적을 올린다는 소문에 따라 의사들에게
처방을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의사들도 이 흐름에 휩쓸리고 있다.
ADHD 환자들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는데 ADHD 치료제는 도파민을 분비시켜 전두엽을 자극해 주의집중과 정서
반응 등에 효과를 보인다.
도파민 분비가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이 이런 약을 먹으면 도파민 수치가 정상이
되지만, 정상인이 약을 먹으면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 정신분열증이 생길 수 있다.
이들 약은 또 불안, 불면증, 식욕 저하, 조급, 두통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약의 남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영국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국임상약물학회에서 발간하는 ‘약물치료(Phamacotherapy)’에는 미국의
대학 1년생의 18%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 약물을 복용해 본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들 약은 혈액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이게 된다.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며 눈동자가 팽창한다. 평소 심장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심장학회는 ADHD 아동의 심전도와 가족 이력 등을 조사해 이상이 없을 때에만
ADHD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권고안을 심장학회지를 통해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영국 등의 보건당국은 리탈린이 자살 충동과 관계 있다고 경고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잇달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