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우울증, 조산 위험 2배 높인다
호르몬 작용이 태반 약화시키기 때문
임신 중 우울증이 있는 임신부에게 조산 위험이 2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의료그룹인 카이저 퍼머넌트병원 데쿤 리 박사 팀은 1996~1998년 동안 병원에
온 임신 10주차의 임신부 791명을 인터뷰했으며, 이 가운데 41%가 상당한 또는 심한
우울증이 있다고 대답했다.
연구진은 우울증이 있다고 대답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의 조산아 출산율을
추적했으며, 그 결과 심한 우울증 그룹의 조산아 출산율은 9.3%로 정상 임신부 그룹보다
두 배나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미한 우울증 증상이 있는 임신부에서도 조산 가능성이 5.8%로 정상 임신부에
비해 1.6배나 높았다.
조산은 임신 37주 이전에 아기를 낳는 경우로, 태아의 장기 등이 완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뇌성마비, 폐질환, 장폐색, 사망 등의 위험을 높인다.
조산은 또한 신생아 관련 의료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연간 260억 달러가 조산아를 위해 쓰여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항우울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임신부를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우울증과 조산의 연관성을 밝힌
최초의 연구 중 하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 박사는 “조산은 신생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조산의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건강한 산모가 되려면 건강한
태반이 필요한데, 태반의 건강 상태는 뇌의 명령에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므로 우울증 임신부의 경우 호르몬-내분비 기관의 작용으로 태반이 약해지기
때문에 조산 비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리 박사는 “그간 산후 우울증(산모가 아기를 낳은 뒤 빠지는 우울증)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고 일반의 관심도 높지만, ‘임신 중 우울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제 임신부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임신 중 우울증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부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료진-가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국에서도 조산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필량
교수가 2006년 대한산부인과 학회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고령화, 인공
수정으로 인한 다태아(쌍둥이) 등의 원인으로 1995년 4.25%였던 조산율이 2003년
10.03%로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발행하는 생식의학 분야 전문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고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CNN 방송 온라인판 등이 23일 보도했다.